[고구려 고분벽화] 머리패션 따라잡기, 쌍영총 벽화의 여인들

BoardLang.text_date 2006.08.17 작성자 전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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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패션 따라잡기, 쌍영총 벽화의 여인들

전호태(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고대사회 곳곳에서 남자는 머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그리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지만, 여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모자가 신분, 지위, 소속집단이나 사회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남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반면, 여자는 남자가 이끄는 사회에 속한 존재로 인식되거나 그렇게 되도록 강제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구려에서도 모자는 그것을 사용하는 남자들의 신분이나 직업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여겨졌지만, 여자들은 머리에 두르던 흰 머릿수건, 일명 건귁 외에는 머리를 가리는 별다른 도구를 쓰지 않았다. 천왕지신총의 여주인공처럼 아직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종류의 모자가 사용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결혼예식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특정한 형태의 모자는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었던 사회적 조건, 문화적 관습 때문인지 고분벽화에서는 고구려 여자들이 개발하거나 외부로부터 받아들여 변형시킨 다양한 머리패션을 볼 수 있다. 고분벽화에 보이는 고구려 여인들의 가장 일반적인 머리모양은 머리를 뒷머리에서 앞머리로 감아 돌려 끝을 앞머리 가운데에 감아 꽂은 얹은머리이다. 쌍영총의 널길 벽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에게서 이런 머리의 전형을 볼 수 있는데,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결혼한 여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머리형식으로 올린머리의 일종이다. 쌍영총의 인물들은 얹은머리 아래로 흰 수건을 맵시 있게 둘러 묶고 볼과 이마에는 연지, 곤지를 찍고, 눈등에도 색조화장을 한 상태로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이어서 벽화 속의 고구려 여인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매력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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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쌍영총 벽화: 시녀들

안타깝게도 쌍영총 널길 벽화는 기마인물 1인 외에는 모두 없어진 상태여서 얹은머리 여인들도 모사도로만 남아 있다. 얹은머리의 여인은 이외에 덕흥리벽화분, 안악2호분, 삼실총 벽화에도 등장하는데, 북상투처럼 둥글게 올렸는지 여부, 머리숱의 풍성한 정도나 단정하게 감아올린 모습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머리를 묶어 올리다가 뒤통수에 낮게 쪽진머리도 시집간 여자들이 택하는 올린머리의 한 형식으로 무용총벽화의 음식상 나르는 여인들에게서 이런 머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마 가까운 곳에서 좌우로 상투를 늘어 올리듯 머리를 나누어 묶은 사례도 보이는데, 이를 흔히 쌍상투머리라고 한다. 덕흥리벽화분 벽화의 여주인이 탄 우차 좌우를 따라가는 시녀들 가운데 뒤쪽의 시녀들에게서 이런 머리 형식을 볼 수 있다. 보통 시집가지 않은 처녀들이 택하는 머리형식의 하나지만 보다 일반적인 것은 머리를 단순히 뒤로 내린 채머리로 무용총 벽화의 무용수들에게서 이런 머리형식이 잘 나타난다. 채머리를 묶은 상태의 것을 묶은머리라고 부르며, 뒤로 내린 머리를 다 묶지 않고 일부를 남겨 좌우 뺨 곁으로 애교스럽게 늘어뜨려 멋을 내기도 하는데, 이런 머리를 푼기명머리라고 한다. 삼실총 벽화에는 머리 일부를 좌우 뺨 곁으로 내리면서 그 끝을 안쪽으로 말리게 한 멋 부린 머리의 여인이 두 손을 배 앞에서 모아 쥔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가장 화려한 머리 형식은 아무래도 고리튼머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의 떠구지와 같이 머리를 위로 틀어 올리면서 고리를 만든 경우로 안악3호분 벽화의 여주인과 시녀들에서 이런 머리 형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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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안악3호분 벽화: 여주인과 시녀

가발을 일부 사용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여러 가지 모양의 머리꽂이를 그 위에 더하여 화려함이 지나쳐 번잡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벽화 속 여주인은 둥글게 틀어 올린 머리 둘레에 원반처럼 고리를 더한 뒤, 고리 좌우에서 한 가닥씩 머릿단이 흘러내리게 했으며, 여주인 바로 앞의 시녀는 올린머리 위에 여러 가닥으로 고리를 틀어 올리고 남은 부분은 뒤로 둥글게 만 뒤 이 부분을 붉은 끈으로 묶어 여주인과는 다른 고리튼머리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안악3호분 여주인과 시녀들의 고리튼머리는 4세기 중엽 동아시아 사회에 선보인 가장 화려한 머리패션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악3호분 벽화 여주인과 시녀들의 화려한 고리튼머리와 쌍영총 벽화 여인들의 단아하면서도 매력적인 얹은머리에서 4세기와 5세기 고구려 여인들의 머리패션에 대한 서로 다른 감각과 기호를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