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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학원민주화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덕성여대

BoardLang.text_date 2004.10.18 작성자 한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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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학원민주화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덕성여대

2004.10.15 한상권(덕성여대 사학과)

 

 

 

1. 지난 수년간 치열하게 학원 민주화 투쟁을 벌여온 덕성여대

  1997년 2월 사학과 한상권 교수 재임용탈락 이후 2001년 10월 이해동 전 서원대 이사장을 비롯하여 부분 임시이사 4명이 파견되기까지 지난 4년 반 동안 덕성여대는 ▶국정감사 네 차례(1997, 1999, 2000, 2001) ▶교육부 특별감사 두 차례(1997, 2001) ▶임시이사 또는 정이사 파견 세 차례(1997, 1999, 2001) ▶이사장 7명 교체 ▶총장 6명이 교체되었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덕성 구성원들이 교권과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을 벌여왔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한 덕성여대가 올 8월 이사회에서의 학칙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또다시 민주화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학칙개정안 통과에 반발하는 교수들은 [덕성민주수호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8.19), 2학기 개학과 동시에 덕성 민주화의 기틀을 뿌리채 뒤흔드는 신상전 총장과 이해동 임시이사장을 퇴진투쟁에 돌입하였다(9.1). 덕성여대 분규를 야기하고 있는 현안은 학칙개정안, 교수 해직, 임시이사장의 고액 봉급 등 세가지이다.

  2. 반개혁적이며 시대착오적인 학칙개정안

  

지난 8월 6일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학칙개정안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은 다음 두가지이다. 먼저 의견 수렴 절차이다. 학교당국의 학칙개정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평교수들의 반대의견이 완전히 묵살되었다. 교수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단과대 교수회의와 한 차례의 전체교수회의(5.12)를 통해, 학교당국이 제시한 학과신설안과 정원조정안의 불합성을 지적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장기적인 학교발전 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또 그러한 전망하에서 학과 신설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수들뿐만 아니라 학생, 직원, 졸업생들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는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학칙개정안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이러한 교수, 학생, 직원, 졸업생들의 합리적이며 정당한 의견을 묵살하고, 학교가 여름방학에 돌입하자마자 교무위원회를 들러리 세워 학칙개정안을 전격 통과시키고 이를 이사회에 부의하였다(6.30). 이해동 이사장 또한 해당 단과대학을 대표하는 교수들과 교수자치단체 대표들이 찾아가 학칙개정안의 불합리성을 설명하고 이것이 통과될 경우 학교가 분란에 휩싸일 것임을 충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한 채 학교당국이 부의한 학칙개정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이처럼 학교전체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를 구성원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데 대한 교수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다음 학칙개정안의 내용이다. 경영진단 결과 덕성여대는 학생수에 비해 학과가 너무 많고 학교운영이 방만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칙개정안은 두 개의 단과대학(정보공학대학, 교양교직대학)과 두 개의 학과(법학과, 생활체육과)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효율적인 학교운영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특히 법학과 신설은 대학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8년부터 로스쿨제의 도입으로 타 대학에서는 기존에 있는 법학과도 존폐의 위기에 있는데, 덕성여대에서 법학과를 신설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자연대 교수들은 자연대 발전을 위해 생물학과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하였으나, 학교당국은 이를 묵살한 채 생활체육과를 신설하였다. 또한 소속 학생이 없는 교양교직학부를 교양교직대학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타 대학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으며 사리에 맞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 학칙개정안은 학교발전과는 거리가 멀며, 쓸데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전체적으로 교육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것이 교수들의 판단이다. 이번 학칙개정안은 학교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퇴보시키는 시대착오적인 개악안이라는 것이다.

 

3. 부당한 교수 재임용탈락

  학칙개정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대 의견과 성명서가 발표된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난 9월 22일에는 인사위원회에서 재임용이 제청된 독문학과 교수를 이사회에서 해직시키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였다. 이해동 이사장은, 2001년 구 재단의 부당한 교수해직문제로 덕성여대에 분규가 발생하자, 그해 10월 교육부가 파송한 임시이사이다. 교수의 부당해직 때문에 덕성여대에 분규가 일어나서 그 분규를 해결하기 위해 온 임시이사장이 다시 교수를 해직시킨 것이다. 덕성여대는 교권침해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인사위원회를 직선으로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사회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려면, 무엇보다도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독문과 교수 재임용 탈락조치에 분노한 인문대 교수들은 해직 교수를 즉각 복직시킬 것을 대학당국에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천막농성에 돌입하였으며(10.7), 사회대 교수들도 복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10.12).

  4. 임시이사장의 고액봉급

  사립대학 이사장은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사립학교법 제26조 (임원의 보수제한) ①학교법인의 임원중 정관에서 정한 상근하는 임원을 제외한 임원에 대하여는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다만, 실비의 변상은 예외로 한다.) 하물며 분규대학에 공익적인 목적을 띠고 파견된 임시이사장이 봉급을 받는다면 도덕적인 권위는 자연히 실추될 수밖에 없다. 2003년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들은 임시 이사가 파견된 18개 중 유일하게 덕성여대만이 봉급을 받는다고 질타하였다.

 


(한나라당) 박창달 위원 관선이사는 한번 들어가면 안나온답니다. 왜냐하면 자리 푹신하지요. 월급도 주고 수당도 많으니까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합니다. (관선이사가 파견된) 18개 대학중에서 유일하게 덕성학원만 급여가 나가고 있습니다. …덕성학원 이사장의 연간 급여가 1억 564만원입니다. 보통 타 학교는 업무추진비까지 해서 월 200-300만원인데 여기는 1억 500만원이 넘습니다. 이것은 뭐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2003년도 국정감사 교육위원회회의록)

  이해동 임시이사장의 고액봉급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덕성여대의 민주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도 구 재단은 호시탐탐 복귀를 노리고 있다. 교육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 재단은 학교를 되돌려 달라는 학원반환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덕성 민주화를 파견된 공익 이사의 고액봉급이 구 재단에게 학교반환소송의 주요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 타 대학 민주화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세종대를 비롯하여 많은 사립대학에서 재단이사장의 횡포와 전횡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 이들 분규 대학의 민주세력은 한결 같이 관선이사(임시이사) 파견을 해결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2003년 국정감사에서 보듯이, 구 재단을 비호하는 한나라당이 임시이사 파견을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로 덕성여대의 이사장 봉급 사례를 원용하고 있다. 즉 덕성여대의 사례를 들어, 임시이사진을 파견해 봐야 대학의 발전은 정체되고 재단의 재정만 축내게 되므로, 임시이사진 파견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5. 현 덕성여대 상황

 

  10월 15일 현재, [덕성민주수호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은 덕성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해동 이사장 해임과 퇴진”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교육부와 재단 앞에서 벌이고 있으며(29일차), “신상전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교내 1인시위(29일차)와 총장실 앞 1인 시위(10일차)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인문대 교수들로 구성된 [독문과 교수 복직 대책위원회]는 해직 교수의 복직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7일차). 수년간에 걸친 피나는 투쟁을 통해 구 재단을 퇴진시킨 덕성의 민주 교수들이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의 전횡과 독선에 맞서 또다시 학원 민주화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