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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생을 위한 가이드(제6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BoardLang.text_date 2016.03.07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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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생을 위한 가이드


“제6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 참여 후기


유동연(단국대학교 사학과 학부과정)
김장호(서울대학교 국사학과 학부과정)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학부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에 대한 고민, 적성에 관한 많은 생각 또 대학원이라는 곳의 막연한 두려움들이 아마도 그들의 머릿속에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켜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런 고민을 안고 있던 중 학교선배가 추천해준 “제6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이러한 다양한 커리큘럼의 수업 안에 실타래를 풀어줄 뭔가가 있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에 신청하게 되었다.

2월 15일 첫 강의가 있는 날, 낯선 공간으로의 발걸음이 항상 그러하듯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한국역사연구회(이하 한역연으로 칭함)가 위치한 공덕역으로 향했다. 17시~19시까지 강의를 하는 관계로 간단히 저녁을 먹어야하나 고민했지만 점심을 늦게 먹은 관계로 그냥 발걸음을 한역연 사무실로 옮겼다. 한역연 간사님께서 보내주신 위치대로 공덕역 10번 출구에 있는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마을버스 1번을 탄 후, 두 정거장 이동해서 '도화현대1차아파트단지 내' 정류장에 내리게 되었다. 도착한 후 허름한 건물을 눈앞에 두고 길을 잘못 찾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가 안에 있는 어머님께 여쭌 후에야 길을 잘 찾았다는 것을 알고 2층 맨 끝에 위치한 한역연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심호흡을 한 번 크게 쉬고 한역연사무실로 들어갔다. 당시에 강의를 듣는 선생님 중 두 번째로 와있었는데 분주하신 한역연 선생님들을 뒤로 한 채 마냥 앉아있으려니 불편한 마음과 묘한 어색함이 감돌았다. 시간이 17시에 다가 올수록 강의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채워갔다.



17시가 되자 이정빈 선생님께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신 후에 한국고대사 연구 동향과 이른바 ‘상고사’ 문제에 대해 강의를 시작하셨다. 사실 필자는 강의실이 넓어서 강의하시는 선생님과 강의를 듣는 선생님들 간의 거리가 있을 거라고 막연한 상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강의실이 넓지 않아서 오히려 강의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강의실 내에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필자가 생각하는 “제6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에서의 가장 좋았던 점은 활발한 질의응답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외향적인 성격보다 내성적인 성격에 가까운 필자는 강의시간에 질문하기 보다는 강의가 끝난 후 궁금한 점을 따로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사교실에서는 여러 선생님들의 활발한 질의응답 분위기로 인해 질문도 하고 같이 의견도 공유하며 토론분위기를 이끌어 갈 수 있었다. 대부분 선생님들께서 날카롭고 논리적인 질문들을 하셨는데 이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다양한 선생님들과 함께 그동안 필자가 알지 못했던 분야와 생각들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해 나가면서 더욱더 생각의 깊이를 키워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강의가 끝난 후 다 같이 모여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는데 학부생부터 대학원(석사과정), 다양한 연배에 다양한 전공의 선생님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사교실에 다양한 전공의 선생님들이 모인 덕분에 강의와 토론이 더욱 풍부해지고 많은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섯 번의 강연이 끝나고 낡은 연구실을 떠나는 날이 왔다. 이제는 처음처럼 도화동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 헤매지 않게 되었다. 공덕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아파트 주차장 길을 따라 곧장 상가 2층의 한역연 사무실까지 비로소 갈 수 있게 된 자신을 보며, 아쉬움 비슷한 것을 느꼈다. 어디든 익숙해지면 떠나는 날이 가까워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선생님들께서는 다양한 연구반이 있다는 사실을 강의가 끝날 때 마다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또한 평소에 관심있던 책들의 저자들을 실제로 만나서, 뒤풀이 자리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특히 '폭격'의 김태우 선생님께서 게디스의 '역사의 풍경'으로 마음을 다지셨다는 이야기에는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또 마지막으로 강의해 주신 주성지 선생님이 모아 두신 역사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알지 못했던 일본의 아동인화집 같은 자료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거대한 힘 앞에서 무시되는 학문의 논리들을 보며, 고뇌와 혼란을 거듭해왔었다. 한국사 교실은 그러한 고민에서 벗어나 묵묵히 학문의 길을 나아가신 선생님들의 귀한 경험을 듣는 기회였다. 한국사 연구가 단순한 감정이나 신념으로만은 되지 않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힘든 길을 헤치고 가시는 선배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자료를 어떻게 다루고 구하는지, 요즘의 주제와 연구 동향에 관해서도 많은 사항을 알게 되었다. 또 대학원생의 생활은 어떠한지 등, 피상적인 강연에서는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인원이 적은 만큼 보다 긴밀하고 돈독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예비 연구자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빼 놓을 수 없다. 처음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각 분과별로 준비한 뒤풀이 시간을 통해 강의 때 미처 못 했던 이야기, 사적인 이야기, 학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강의를 듣던 선생님들과 친밀해져 마지막 뒤풀이 날에 번호도 교환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현판과 건물에서, 많은 시간을 넘나들던 여섯 차례의 수업은 끝이 났다. 처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강의를 들었을 때부터 마지막 강의를 듣던 순간을 돌이켜보니 2주라는 짧은 시간이 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 대학원을 막 진학한 사람,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코 짧지 않은 귀중한 시간이 되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앞서 연구하고 공부해 오신 선생님들의 강의인 한국사교실은 앞으로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거나 이제 막 대학원을 진학한 예비 연구자라면 꼭 들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