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세상읽기

특수의 보편화, 자본주의 맹아론(제8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BoardLang.text_date 2018.03.28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페이스북으로 공유 X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밴드로 공유

특수의 보편화, 자본주의 맹아론



제8회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박소희(동덕여대 국사학과)


 

평소 필자는 과내 스터디를 통해 학우들과 사료나 논문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곤 했다. 그러나 과 학우들과 의견을 나눌 때 다들 한 번쯤은 수업시간에 듣거나 해보았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항상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기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러다가 과 선생님의 소개로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여는 ‘제8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고, 기왕에 필자가 가지고 있던 갈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신청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조낙영 선생님의 조선시대 연구동향과 국가 재정사 연구 강의다. 이 강의의 주된 내용은 자본주의 맹아론과 이에 대한 비판과 국가 재정사 연구였다. 특히 자본주의 맹아론과 이에 대한 비판은 지난 학기 과 수업과 스터디에서도 계속해서 고민해왔던 부분이었기에 더 집중하며 들을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따라서 필자는 미흡하지만 조낙영 선생님의 강연 후기를 자본주의 맹아론에 대한 필자의 생각으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자본주의 맹아론을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현상을 보편타당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지향하며 절대 가치로 인정하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맹아론은 당대의 지적,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근대 제국주의 국가는 자본주의의 탈을 쓰고 다른 국가를 자국의 식민지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침략국은 우월한 존재로, 식민지 국가는 저열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고, 따라서 침략국이 향유하는 자본주의는 우월한 것이며 지향점으로 각인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맑스는 세계 모든 국가가 거치는 ‘보편타당한’ 발전 단계를 노정했다. 소위 우월한 존재가 된 침략국은 가지고 있지만, 저열한 존재가 된 식민지 국가는 향유하지 못한 자본주의는 맑스의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이런 주장은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자본주의 맹아론이 등장할 수 있는 지적 환경을 조성하게 하였다. 또, 자본주의 맹아론은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라는 보편을 향유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 환경은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 자본주의 맹아론이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보편타당하며 어느 국가든 같은 모습으로 발전한다는 점에는 의문이 든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 매우 특수한 현상이다.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처음 생겼을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식의 결과물로서 각 국가에 자본주의가 이행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모습 역시 다양하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생겨나는 과정은 개개별로 발생한 매우 특수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자본주의를 가지고 있고. 없고에 대한 우열 가리기는 근대 제국주의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생산된 부산물일 뿐, 어떤 가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자본주의 이행의 순서로 우열 가리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주지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는 유럽에서 개개별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행되었고, 그 이후 대다수의 국가에 자본주의가 발현된 과정은 이식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특수한 현상이 보편적이라고 믿고 이를 추구할 필요도 없으며,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가치 판단 척도에 우열을 매겨 국가들을 줄 세울 필요 또한 없다. 때문에 이러한 지양점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맹아론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다만, 필자가 기왕의 자본주의 맹아론과 관련한 모든 연구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맹아론이 풍미했던 지난 시기는 이러한 이론이 성행할 수밖에 없던 지적, 사회적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는 더 이상 특수한 가치를 보편으로 노정하고 이를 지향할 수 없는 지적 환경이기에 자본주의 맹아론이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이번 조낙영 선생님의 조선시대 연구동향과 국가 재정사 연구 강의를 통해 지난 학기동안 고민해왔던 자본주의 맹아론과 그 유효성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보았고, 다른 분들의 생각도 선생님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누어 보았다. 그러면서 필자가 기왕에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장에 대한 갈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

 

이처럼 다른 이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될 한국역사연구회의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에 많은 이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