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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명 공동연구·집필…역사 서술의 새 시대(한겨레, 2018. 9. 7.)

BoardLang.text_date 2018.09.08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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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명 공동연구·집필…역사 서술의 새 시대"


(한겨레, 2018.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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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시대사총서 시리즈 10권을 완간한 한국역사학회 회장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오른쪽)와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출판사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내 최대 역사학회가 기획 발간한 한국통사 시리즈가 10권으로 완간됐다.

 

올해로 창립 30돌을 맞은 한국역사연구회(회장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주 <한국현대사> 1,2권을 내면서, 기획부터 완간까지 16년이 걸린 ‘시대사 총서’ 시리즈(출판사 푸른역사)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5년 <조선시대사>를 시작으로, 2016년 <한국근대사>와 <한국고대사>, 2017년 <고려시대사>, 그리고 이번 <한국현대사>까지 시대별로 두 권씩 한국사 전체를 아울렀다.

 

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아담한 한옥인 푸른역사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익주 교수는 “집필자만 53명이나 되는데, 연구자 개인의 독자성을 존중하면서도 시리즈 전체의 일관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 출간은 새로운 시도이고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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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시대사총서 시리즈 10권을 완간한 한국역사학회 회장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가 6일 푸른역사 출판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번 시대사 총서 발간의 의미는?


“무엇보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 시대별 최신 연구 성과를 총정리했다는 점이다. 학회는 1988년 창립 직후 ‘실천적 역사학’의 관점을 담은 <한국사 강의>(1989)와 <한국 역사>(1992)를 냈다. 1995년엔 해방 이후사 연구 성과를 정리한 <한국역사입문>도 냈다. 그 다음 작업으로 우리 역사를 종합하는 시대사 총서를 편찬하기로 하고 2002년에 편찬위원회를 꾸렸다. 필진이 53명에 이르다보니 쉬운 작업이 아니었는데, 공동연구를 통한 역사서술 편찬의 방법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중고교 교사, 역사 토크 대중강좌 강사 등 우리 사회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분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기획에서 완간까지 16년이 걸렸는데,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2000년대 들어 학술서보다 역사 대중서 발간에 관심을 쏟으면서 이 사업의 착수가 늦어졌다. 1998년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1998)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까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를 2005년에 한꺼번에 선뵀다. 원고 집필과 발간이 늦어진 데에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연구자가 공동작업을 하면서, 개별 집필자들의 원고를 조율하고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외부적으로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10년 동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연구와 집필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도 학계에선 새로운 연구성과가 계속 나오면서 원고를 보완하고, 어느 시점까지의 연구 성과를 반영할 지도 결정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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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연구회의 <시대사총서> 시리즈 10권. 푸른역사 제공






-고조선시대부터 올봄 남북정상회담까지 담아냈다. 역사학계에서 ’학회’ 차원에서 한국사 통사를 낸 전례가 있나?


“1950~60년대 진단학회에서 고대편, 중세편, 근세편 최근세편으로 낸 적이 있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역사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식 매우 낮은 시절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 한국사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데다 주체적인 연구 논문과 연구자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형식적으론 진단학회가 냈지만 사실상 이병도 교수의 개인 저술에 가까웠다. 이후로 학자 개인이 쓴 통사는 여럿 나왔지만, 학회가 공동연구 성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시대사 총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한 시대 별로도 1년에 200편 안팎의 논문이 쏟아지는 까닭에 개인이 통사를 서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 전문가가 자기 전공분야를 쓰고 이를 종합한 통사를 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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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시대사총서 시리즈 10권을 완간한 한국역사학회 회장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가 6일 푸른역사 출판사에서 책 한 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다수의 전문 연구자들이 모여 통사를 쓰는 게 어렵진 않았나.


“공동연구에 기반한 통사 편찬은 개별 연구자의 학문적 견해를 존중하면서 전체와 충돌하지 않는, 다시 말해 일원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실현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번 총서 발간은 10여년간 토론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축적된 경험이 잘 발휘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의 역할도 중요한데, 푸른역사가 연구자들의 고민과 대안을 잘 이해하면서 오류나 수정할 부분을 잡아내는 도움도 주었다.”

 

-대학 중심의 제도권 역사학계와 재야 사학계 사이에 ‘유사 역사학’ 논란이 있다.


“예전의 재야 사학계 일부가 유사역사학이 됐다고 본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근거를 찾는 것은 진정한 역사학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다. ‘민족주의 역사관’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학을 해선 안된다. 이건 학문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학문이라고 인정된 이후에 비로소 연구방법론이나 사관의 문제도 논할 수 있다. 실증주의 사학의 기계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옳지만, 오늘날 단지 ‘실증만을 위한 실증주의’ 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없다고 본다. 철저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공부하되,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연구 성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있어야 한다. 한국역사연구회는 역사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라는 실천주의 역사학을 지향한다.”

 

-이번 시대사 총서 시리즈의 아쉬운 점, 또는 보완할 과제는?


“정치, 경제, 사회사 중심으로 쓰였고, 문화사, 생활사, 여성사, 생태환경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담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완전한 ‘통사’라고 하기엔 미흡하다. 소수자 역사를 포함한 주제사를 두루 아우른 진짜 통사 편찬이 앞으로 우리 학회의 과제이자 계획이다.”

 

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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