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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바라보는 역사의 대중화 (제 9회 한국사교실 참여 후기)

BoardLang.text_date 2019.04.02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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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바라보는 역사의 대중화


(제 9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교실 참여후기)


 

한태빈(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석사과정)


 

지난 2018년도는 학부를 역사교육과로 선택했던 내가 사학과 연구자로의 길을 택하여 진학하기까지 선택의 갈림목에 놓여있던 시기였다. 그 당시 선생님으로서의 정제된 자료를 벗어나 전문가로서 날 것을 소화하기 위한 단계는 예상보다 지난하기만 했고 중턱에서 나태해진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의 계기가 필요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런 마음가짐이 기저에 깔리고 나니 국편위 공지사항 중 한국사관련학회소식 속 한역연 한국사교실이 순간 눈에 들어왔나 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이토록 불성실한 자세와 우연으로 인한 입사가 그토록 큰 성찰로 투사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2월 18~19일 이틀 동안 총 4가지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 그 분야에 정통하시고 학문의 근기가 탄탄하신 선생님들이셨기 때문에 초학자로서 후기를 요청받은 뒤 감히 미진한 글로 그분들의 강의에 대해 무언가를 써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조용한 부담이었다. 따라서 나의 경험에 빗대어 내가 그나마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부족한 기억을 정리해보았다.

한국사교실의 기조강연은 <역사저널 그날>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시며 역사학의 대중화에 일조하신 서울시립대 이익주 선생님께서 맡아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역사 대중화”의 현 상황을 전주대 오항녕 교수님의 목소리를 빌려 한 줄로 요약하셨다. ‘자부심 강한 공급자(연구자)’와 ‘자존심 강한 소비자(대중)’의 이항대립적 구도와 그 간극을 비집고 들어온 ‘틈새작가의 출현’! 그리고 현장의 눈이 내린 결론은 “책을 통한 대중화의 실패”라는 엄중하고도 뼈아픈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문자라는 매체를 올라 탄 학술용어는 폐쇄적이며 배타적이다. 물론 초기의 학자들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학은 여전히 대부분의 연구가 그들만의 내수시장에서 생산되고 순환되며, 보강되거나 약화되고, 끝내 교조화되거나 폐지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적인 지면 확보를 위해 설명의 하부 가지들을 내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자로 인한 대중화는 협소한 시각의 필연적인 실패일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통했는지 선생님께서는 폭넓은 기회를 제시하셨다. 時流에 반영하여 영상이란 다채로운 시각 매체를 활용하고 청각 혹은 촉각의 도움까지 차용하자는 것.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학술에 전부를 건 연구자 이전의 사학과 학부생들에게 필수적으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발칙한 생각도 들었다. “역사 대중화를 꼭 사학과가 해야 하나?” 다시 말해 이미 대학에서 역사의 대중화라는 주제는 사범대학 내 역사교육과라는 곳에서 전문적으로 배운다. 그 커리큘럼은 사학과와 비교했을 때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학계의 경향인 학제 간 융합이란 것도 서로 전문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교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학과의 시각에서 보는 ‘올바른’ 역사를 대중에게 전달해야한다는 사명감을 폄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역사 상식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구사할 수 없는 지식의 최댓값을 능수능란하게 오갈 수 있는 인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다만, 사학과를 졸업하면 “모두가 대중화를 할 수 있는 인재로 자라나야 한다.”는 억지로 부여된 당위성은 문·사·철로 대표되는 순수인문학에서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추구해야할 목표와는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걱정해본다.

이상 제언만 가득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는 조악한 글로 강연 소개를 끝맺음하며 다음으론 간단한 소감을 써보겠다. 한역연 게시판을 돌아보던 중 대다수 수강생들의 이전 한국사교실 참여후기에선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의 원활한 교류의 계기를 제일의 참여 의의로 손꼽는 것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들과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한국사교실 수업을 통해 4년간 배워왔던 역사 교육에 관한 단절된 기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제껏 그토록 의도적으로 피하려했었는데 다시금 찾아오는 것을 보면 이젠 악연이 아니라 운명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찌 보면 진정한 역사가의 책무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할 수 없고, 지금 대한민국은 대중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나만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복잡한 생각은 차치하고 일단 이런저런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주신 한역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또한 훌륭한 강의를 해주시기 위해 시간을 내주신 강연 선생님들께도 존경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