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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 활동을 정리하며."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후기)

BoardLang.text_date 2019.06.10 작성자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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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후기(2019. 2. 28.)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 활동을 정리하며."


 

 

최우석(근대사분과)


 

“100주년을 맞이하여 100명의 필자에게 100편의 글을 받아 10권의 총서를 내자!”

2016년 5월 처음으로 모임을 가졌을 때, 김정인 위원장님의 첫 일성이었다. 그로부터 3년간 한국역사연구회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마주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 그리고 최초의 목표대로 100명의 필자에게 100편의 글을 모아 10권의 총서를 내지는 못 했지만, 2019년 3월 5권의 총서를 발간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그 역할을 마무리하였다. 이 글은 3년 동안의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가 걸어왔던 길과 개인적인 소회를 정리하는 글이다.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 활동을 하기 전까지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역사연구회의 유령회원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신청은 했지만 회비는 내지 않았고 특별한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근대사분과에서 2016년 2월 26일에 연 제1회 월례발표회에 참석하였다. 이날 장신 선생님의 ‘조선총독부의 언론통제와 동아일보 및 조선일보의 폐간’ 발표 토론자로 연구회에 갔는데 이 날은 공교롭게도(?)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 설치를 결정하는 자리를 겸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서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는 이미 2015년에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는 두 차례의 모임이 있었다. 2015년 4월 근대사분과총회에서 김정인 선생님의 ‘역사적 분기점으로서의 3.1운동’ 발표가 있었고 2015년 8월 6일에는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3.1운동 100주년 기획회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 당시 모임들로 바로 기획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았다. 대신 1년여 뒤인 2016년에 가서야 꾸려진 것은 중진급 이상의 선생님들 뿐 아니라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를 만들고자 했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는 위원장 김정인, 총무 최우석, 그리고 기획위원 고태우, 도면회, 박종린, 박준형, 배석만, 이지원, 한승훈, 홍종욱, 이상 10명으로 꾸려졌다. 처음부터 10명으로 출범한 것은 아니었다. 한승훈, 이지원 선생님은 조금 늦게 합류하셨지만 기획위원회의 활동을 빠르게 공유하고 융화되셨다.

기획위원회는 여러 세대, 여러 전공을 아울렀다. 한국역사연구회 초창기 3.1운동 7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여하셨던 이지원 선생님을 비롯해서, 그 당시 학생 청중이었던 김정인 선생님로부터 유치원생이었던 총무 최우석까지 세대를 초월한 연구자 집단이었다. 전공도 3.1운동 전공부터 문화사, 사상사, 공간사, 경제사, 사회사, 국제관계사, 정치사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가진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3.1운동이라는 하나의 거대 사건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획위원회의 활동은 총 3단계로 진행되었다. 1단계로 기획위원회 자체의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서 메타연구 세미나를 2016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진행했다. 100년 동안의 3.1운동 연구사를 함께 정리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수립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는 기본 작업이었다.

이러한 결과물은 2017년 11월 18일에 진행한 "메타 역사로서의 3.1운동사 연구, 3.1운동 인식사의 재검토“와 2018년 3월 17일에 진행한 "3·1운동의 메타 역사, 3·1운동 연구사의 재검토“, 두 번의 학술대회를 통해 외화되었다.

3.1운동 직후 독립운동가들에 의해 형성되었던 3.1운동에 대한 기억부터 해방직후 사회주의자들, 북한, 전후 일본, 대한민국의 3.1운동 인식으로 이어져온 다양한 양상들을 검토하였다. 특히 건국절 논란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은 3.1운동과 임시정부 법통성 인식 또한 주요한 연구대상이었다. 그 외에도 3.1운동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무단통치와 경제배경 서술, 3.1운동의 세계사적 의의 등 3.1운동의 배경과 영향이라는 부분이 그동안 연구되었던 과정을 분석하고 향후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1단계의 작업을 외화한 기획위원들의 원고는 총서 1권에 수록되었다.

2단계는 100주년 기념 총서를 기획하는 작업이었다. 2017년 3월부터 7월까지 총서를 기획하고 필자 섭외를 진행하였다. 기획위원회 위원장님이 제시하셨던 “10권의 총서, 100명의 연구자에게 100편의 글”은 달성하지 못 했지만 5권의 총서, 40여명의 연구자에게 50여편의 글을 의뢰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기획위원들이 전담한 총서 1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권들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던 시기였다. 기획위원 2~3명씩 조를 이루어 각권의 기획안을 짜왔고 그것을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 가다듬었다. 그 결과 총서 2권은 사건과 목격자들, 총서 3권은 권력과 정치, 총서 4권은 공간과 사회경제, 총서 5권은 사상과 문화라는 대주제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각권마다 10편 내외의 글과 필자들을 확정하였다.

3단계는 100주년 기념 총서의 원고를 집필하고 수합하는 과정이었다. 2017년 여름에 의뢰한 원고는 2018년 8월까지 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기획위원들은 적어도 2편에서 3편 가량의 원고를 써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들부터 원고를 마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였다.

원고 집필 및 수합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2018년 1월~2월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각권 담당 기획위원과 필자들 간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모임 때 원고진행상황 및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미 상당한 진척과 좋은 피드백이 왔던 총서의 경우에는 마감 당시에도 원활한 진행이 이루어졌지만, 이때 필자들 다수가 불참하고 진행도 미미했던 책은 이후 상당한 고통을 겪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기존 원고 1편을 수정, 새로운 원고 2편을 집필하는 작업을 2018년에 진행하면서 상당히 고생했고 원고마감도 매우 늦었다. 2018년 12월이 되어서야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수 있었고 1월에도 또 한차례 대대적인 수정을 가했으니 아마도 출판사 쪽에서는 ‘블랙리스트’ 한켠에 내 이름이 올라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원고가 꼴찌가 아니었고 2019년 1월말까지도 제출하지 않은 원고가 있어 기획위원회와 출판사는 속을 태웠다.

몇몇의 사고원고가 있었지만, 그것을 대체하는 옥고를 빠르게 마련하여 총서의 밸런스를 깨지 않은 것은 정말 여러 기획위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원고가 소현숙 선생님의 “3.1운동과 정치 주체로서의 ’여성‘”이다. 젠더적 관점에서 3.1운동 속 여성의 활동을 재분석하면서 그동안 ’민족운동사 속의 한 부품으로 취급된 여성‘의 모습을 다채롭게 드러내주었다.

3단계에는 원고 수합과 더불어 2019년 2월 28일 진행할 3.1운동 100주년 학술대회 ‘3.1운동 10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준비도 진행하였다. 학술대회는 이미 총서에 수록된 글들 중 그 의미를 더욱 확산시킬만한 주제들을 선정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날 학술행사 이후에 출판기념회도 진행하면서 한국역사연구회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의 공식적인 활동을 마감하게 되었다.

3년 동안 걸어온 한국역사연구회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의 활동은 누구 한 사람의 공로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열정적으로 기획위원회를 이끄신 김정인 위원장님, 그리고 그 외 기획위원분들, 총서 출판을 맡아주시고 원고 마감이 늦어져 설연휴에도 일을 놓지 못한 휴머니스트 관계자분들, 어떤 대가도 없이 총서 원고 집필에 참여해주신 학계의 많은 선생님들, 그리고 한국역사연구회에서 기획위원회 활동을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특히나 감사드려야할 것 같다.

주말도 없이 서로의 아이디어와 안부를 공유했던 단체 카톡방은 2019년 3월 이후 이제는 너무나 고요한 상태다. 3년 동안 매달 1번 이상 만났던 기획위원회의 모임도 정지되었다. 3년 동안 이어졌던 기획위원회 모임이 정지되니 무언가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다. 한번쯤 워크숍으로 어딘가로 1박2일 가서 밤샘 토론 및 술을 하자는 말만 있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더한다.

현재는 잠정 휴업상태지만 아마도 2019년 하반기에 3.1운동 100주년 기획위원회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을 우리가 어떻게 보냈는지 살펴보고 평가하기 위한 자리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그날을 기다리면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