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위논문 - 「개항기 서양인 여행기를 통해 본 한국관」

BoardLang.text_date 2015.07.15 작성자 이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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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위논문


개항기 서양인 여행기를 통해 본 한국관

(2015. 2.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박사학위논문)

 

이수기(근대사분과)

   최근에 한국이 세계와 처음 만났던 시기 한국을 찾아왔던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생활상에 관한 문헌과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헌들은 기존의 역사연구서가 대체로 정치사 또는 경제사 위주의 서술인데 비하여, ‘은둔국 조선인’의 구체적인 생활현장에서 근대 자본주의의 물결이 어떻게 그들의 생활 속으로 침투하였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종래의 역사연구서에서 간과하였던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저서들은 19세기 후반 서양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였고, 현재까지도 서양인의 의식 속에 한국에 대한 인식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 즉 개항기의 한국에 대한 서양인들의 기록에 의해 한국의 이미지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서양인들의 한국 이미지를 통해 개항기 한국의 모습을 타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인식하였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개항기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지금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통해 기록이 가진 힘이라는 얼마나 큰 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들이 필자에게 서양인이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연구하게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1] 달레  ⓒ(샤를르 달레 원저, 안응렬.최석우 역주, <한국천주교회사>, 한국교회사연구소)

 이 논문의 목적은 서구우월중심의 오리엔탈리즘을 서양인들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별로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에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고 여겨 그 차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규명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먼저 Ⅱ장에서는 52명의 서양인 여행기를 중심으로 분석자료 현황과 방문시기별․국가별 개관을 하였다. 분석자료 현황에서는 방문시기별로 저자와 저서를 분석하였으며, 국가별로 저서적 특징을 분석하여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방문시기별 특징과 국가별 특징을 통해 시기별과 국가별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Ⅲ장에서는 개항기에 방문하거나 저서를 남긴 서양인들 국가 중에 프랑스, 미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여 한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Ⅳ장에서는 프랑스와 미국, 러시아 등의 국가가 관심을 가졌던 관심사들 중에 지배체제와 사회를 중심으로 하여 그들의 인식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또한 Ⅲ장에서 분류했던 인식의 유형화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였다. 첫 번째는 정치 분야와 관련해서는 왕의 지배권과 관료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두 번째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는 국내 상업 활동과 대외무역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세 번째 사회 분야와 관련해서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와 여성의 지위 부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네 번째 문화 분야와 관련해서는 종교와 교육 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2000년대 들어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서양인들의 저서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을 택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큰 사상적 기반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아직까지 국가별 분석을 통한 비교와 차이를 나타난 연구는 없다. 물론 서양이라는, 강대국 또는 제국주의 국가라는 커다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이들 국가 사이의 비교와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별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국가간의 교류와 정책이 연관이 되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였고, 이러한 교류와 정책이 지금 현재까지 이어져 국가간의 이미지를 통해 국가간의 협정이나 체결 등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의미도 이러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직업별 분석을 통한 비교와 차이를 나타낸 연구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의 직업군을 가지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나, 주로 종교사에서 선교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정치사에서 외교관과 고문관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논문은 종교 관련 또는 외교 관련 분야의 직업군 이외에 교육자, 여행가, 학자 등의 직업군을 포함시켜 직업별 차이를 찾아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후 연구자들이 보다 다양한 직업군을 포함시켜 비교검토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자는 서구우월중심의 오리엔탈리즘을 서양인들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별로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에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고 여겨 그 차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규명해보고자 하였다. 방문시기별로는 1894년을 중심으로 개항기 전반과 후반으로 구분하였고, 체류기간별로는 1년을 중심으로 미만일 경우는 단기체류자로, 이상일 경우는 장기체류자로 분류하였다. 또한 대표적인 국가 중에서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세 국가를 중심으로 23명의 서양인들의 기록물인 여행기를 통한 국가별 인식과 특징의 변화와 함께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국가별로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세 국가로 구분한 이유는 이 세 나라는 개항 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와 미국은 한국과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으며 러시아는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 나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까지는 국가별 인식의 차이를 연구한 논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본 연구가 가지는 의미를 여기에 둘 수 있다고 하겠다.

본 연구자는 문헌과 함께 국가별 인상인식의 변화, 공통 관심사 등을 통해 서양인들의 인식을 유형화시켜보았다. 하나는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하여 제국주의 우월의식을 철저하게 고수하는 입장(고수파), 두 번째는 문명화론에 입각하여 한국의 변화나 자국과 다른 모습을 발견했음에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우월의식을 유지하려는 입장(유지파),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한국에 10년 이상 체류하고 한국의 생활방식에 동화되어 한국인을 이해하려는 입장(수용파) 등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자는 세 가지로 구분하였지만, 앞으로 보다 많은 서양인의 저서를 통해 인식의 유형화를 세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양인들의 저서나 기록물 등을 살펴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들이 언제․어떻게․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가, 얼마나 머물렀는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인들과 얼마나 많은 접촉을 했는가 등을 유념해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양인들은 한국에 대해 그들이 인식한 바를 각기 다른 기록들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양인들은 이러한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에 의해 그들이 보고자하는 것, 즉 사고방식이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을 중심으로 기록에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기록을 보다 세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서양인들이 눈으로 직접 본 것들은 많지만, 직접 본 것들을 모두 기록으로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기록에 남겨진 대상은 자신들의 의식구조와 사고방식에 의해 걸러진, 택해진 것들로 자연히 한국과 대비시켜 서양의 우월함을 강조한 것임을 서양인들의 기록에서 확인한 바이다.

서양인들은 우리를 동양의 나라 중의 하나로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나라의 이미지를 가지고 문명화시키는 대상으로 바라보았지만, 우리는 서양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분명 입장 차이가 드러난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 서양인들이 견문과 기록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의 틀을 만들고, 관념화와 고정화를 시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부분이 서양인들은 대다수가 한국의 독창성과 전통성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고 배제시켰다는 점으로, 서양인들의 인식틀에서 보이는 왜곡과 오류를 그대로 이어가는 서양인의 자세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서양인의 자세를 염두에 두고 그들의 기록을 살펴야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인식의 왜곡이나 오류를 찾아내어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인들의 국적에서 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서양인들이 남긴 저서들이 많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자료를 발굴하다보면 이들 나라보다 더 다양한 나라들의 기록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와 보다 다양한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방향의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그림2] 헐버트  ⓒ(H.B. 헐버트 지음, 신복룡 역주, <대한제국멸망사>, 집문당)

   이 연구는 추후에 보다 세밀한 자료 검토와 영역별 연구에 의해 보완되고 수정되어야 한다. 또한 문헌 내용에 대한 영역별 연구가 필요하다. 즉 분야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있어서 보다 다양한 항목의 비교분석이 이루어진다면 흥미로운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직 연구가 덜 된 의식주와 관혼상제 등의 생활상이나 여성에 대한 인식, 국제 정치적 관계와 대외무역, 그리고 한국 전통적 사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샤머니즘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에 대한 연구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