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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발표회 후기 - 한국역사연구회 제142회 공동연구발표회 “의학서로 다시 읽는 고려 사회”

BoardLang.text_date 2018.12.11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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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발표회 후기


한국역사연구회 제142회 공동연구발표회


“의학서로 다시 읽는 고려 사회”


 

서은혜(중세1분과)


 

12월의 첫 주말 오후, <의학서로 다시 읽는 고려사회>라는 제목으로 중세1분과 고려시대 의학서 학습반의 연구발표회가 진행되었다. 인간의 질병과 이에 대한 대응은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질병과 치료에 대한 연구는 지나간 역사상을 복원하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의학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의학’이라는 영역에 대한 생소함과 잘 모르는 분야를 건드려도 될까 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국사학계에서 연구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조선 의학사 연구가 차츰 진행되었으나 고려 의학사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몇몇 선생님들께서 고려시대 의학서를 공부해 보고자 뜻을 모으셨고 한국역사연구회 학습반을 통해 《향약구급방》 강독을 진행하셨다. 오랜 공부의 결과물이 바로 이 발표회에서 공개되었다.

 

총 다섯 개의 발표가 진행되었고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종합토론이 이루어졌다. 첫 발표에서는 이현숙 선생님이 고려 의학서 속의 의안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향약구급방》 등 의학서에서 처바이 나오게 된 연유나 임상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은 의안을 소개해주시고 의안을 통해 신라 또는 고려의 역사적 경험, 또는 의학서를 편찬한 지식인들의 사고방식을 추출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셨다.

 

두 번째로 강병국 선생님이 『향약구급방』, 『비예백요방』, 『삼화자향약방』의 비교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해주셨다. 구체적인 처방 내용 비교를 통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세 의학서의 선후관계를 밝히고 고려 후기 및 조선 초기 의학서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었을지 추론해 보셨다.

 

세 번째는 이영남 선생님의 의서로 본 고려시대의 창종 대응이라는 발표였다. 창종, 즉 세균성 화농질환은 매우 흔하지만 위험한 질환으로 고려시대 의학서에도 창종에 대한 처방이 많이 실려있었다. 발표자께서는 향약구급방과 어의촬요에 실린 창종에 대한 처방을 비교 분석하여 2원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밝히셨다.

 

네 번째 발표는 『향약구급방』으로 본 고려인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제목으로 이현주 선생님이 발표해 주셨다. 부인잡방에 어떠한 질환들이 기록되어 있는지 소개하고 산과 관련된 증상과 처방에 중국 의학서가 인용되었으며 고려의 실정에 따라 취사선택되었다는 점을 소개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윤성재 선생님이 『향약구급방』에 나타난 ‘비의학적’ 처방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해 주셨다. 향약구급방에 현대적 관점에서 ‘의학적’이지 않은 처방들이 간혹 섞여있다. 발표자께서는 미비한 의료상황으로 인해 ‘비의학적’ 처방이 수록될 수 밖에 없는 고려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매우 추운 날씨였으나 발표회장 안은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가득 차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고려시대 의학서라는 어려운 분야를 연구하시고 《고려사》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고려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전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