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국역사연구회 여름 수련회를 다녀와서 - 영월답사기

BoardLang.text_date 2010.07.27 작성자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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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역사연구회 여름 수련회를 다녀와서
- 영월답사기 -


 

이성호(고대사분과)


 


지난 7월 3~4일에 한국역사연구회의 여름 수련회를 다녀왔다. 몇 년째 일어나는 여러 정치적인, 그리고 기상이변에 의한 더위와 짜증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정식으로 한역연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 수련회는 여러 선생님들을 뵙고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긴장감과 설레임을 가지고 출발하게 되었다.


여름 수련회의 행선지는 영월이었고 출발장소는 이촌이었다. 출발장소와 집이 상당히 멀고, 처음부터 지각을 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일찍 출발하였다. 정시보다 일찍 이촌역에 도착하니 선생님 몇 분만 계실 뿐이었다. 나는 학교 선배인 김성희 선배와 동기인 승호를 만나 같이 버스에 올랐다. 약속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들께서 한분 한분 오시고, 결국 버스는 예정된 시각보다 좀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약 2~3시간가량이 흘러 영월에 도착하였는데 시간상 일정을 바꾸어 식사를 먼저하게 되었다.

점심식사는 이명박 및 많은 연예인들이 다녀갔다는 식당에서 하게 되었고 메뉴는 고수레밥과 반주로 동동주가 한 병씩 나왔다. 정갈하게 나온 여러가지의 나물을 밥에 비벼먹는 고수레밥과 달달하면서 구수한 동동주의 맛이 어우러져 구수하니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강원도 토속음식과 토속막걸리를 먹고 행복감에 젖어 나왔지만 마음과 달리 날씨는 구질구질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차 날씨가 안 좋아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첫 코스인 동강 사진박물관으로 향했다. 동강 사진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이라고 하며, 130여점의 클래식 사진기와 800여점의 사진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박물관에 전시된 사진기와 사진을 살펴보던 중 구직이라 쓰여있는 패를 목에 걸고 갈망하는 눈빛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에서 현시대의 청년구직자들, 그리고 친구들의 모습이 눈앞에 교차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과 여러 사진기들을 보고 나와 주변에 잘 꾸며진 공원을 둘러보고 다음 행선지를 향했다.


<그림 1> "求職" (ⓒ동강사진박물관)

박물관을 나와 이동한 다음의 행선지는 한반도지형이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비로인해 질퍽해져버린 길을 걸어 올라가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이 한반도 지형은 몇몇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시피 서강에 둘러싸인 지형인데, 바다에 삼면이 둘러싸인 한반도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특히산맥과 같이 되어있는 숲과 전라도의 평야처럼 보이는 모래사장은 한반도를 거의 완벽히 재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쪽으로 이어진 형태를 보고 발해까지 이어진 모양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림 2> 한반도지형(ⓒ이성호)

다음 행선지는 흥녕사지(법흥사)였다. 점차 날씨가 개면서 도착한 이 절은 9세기경 신라 헌강왕대에 창건되고 1920년 대각국사에 의해 중건되어 사자산 법흥사라고 명칭된 절이라고 한다. 적멸보궁이 있는 이 절은 사지만 남아있고 오래된 건물은 없었으나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징효대사탑비문이 남아있었다. 특히 비문에 새겨진 명문에서 나타난 대왕이라는 글자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선생님들간의 토론도 있었고, 이어 비문과 관련한 시대상과 비의 판독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이런 유적지에서 각 전공자의 설명이 바로바로 이어진 다는 것이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들이 계신 한국역사연구회 수련회만의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징효대사탑비문을 뒤로하고 일정에 따라 다음 행선지를 향했다.


<그림 3> 징효대사탑 (ⓒ이성호)

다음 행선지는 호야지리박물관이었다. 이 박물관은 지리선생님 출신인 양재룡 선생님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개관하고 자신의 호를 따서 이름지은 박물관으로 지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최초의 박물관이라고 한다. 이곳에 광개토왕비문 탁본이 전시되어있어 탁본 실물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동하였다. 하지만 그 전에 관장님이신 양재룡 선생께서 이 박물관의 건립연혁과 목적을 소개하고, 독도에 관한 고지도를 보여주는 설명회를 가졌다. 특히 한국의 고지도 작성법 등에 관한 이야기 등과 더불어 독도문제에 관한 정부의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많은 부분에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하시는 관장님의 열의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결국 시간이 늦어져 광개토왕비문 탁본은 다음날 보기로 기약하고 박물관을 나섰다.

이미 시간은 저녁시간이 되어 모두 저녁식사를 기대하며 식당으로 갔다. 저녁메뉴는 한우로 차돌박이, 갈비살, 등심에 간단히 소주 한잔을 반주로 기울였다. 연령층 별로 자리가 배정되었는데 고기양이 예상외로 많아 행복감에 젖어 식사를 했다. 기대 이상의 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정해진 펜션에서 각자 방을 정하고 집담회를 위해 다시 호야지리박물관의 세미나실로 향했다. 여호규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이 된 세미나에서 이 세미나를 하게 된 이유를 듣고, 세미나를 하기 전 자기소개를 간단하게나마 하였다. 세미나의 주제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사로 고대사분과, 중세 1분과, 중세 2분과, 근대분과에서 각기 주제를 맡아 발표를 시작하였다. 시기적으로는 다르지만 같은 주제로 논의를 한다는 점에서 시대별로 동아시아를 보는 관점의 차이, 사료적 특징의 차이 등을 발표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이어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세미나를 마친 후 긴 시간의 뒤풀이로 하루를 마무리지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다시 호야지리박물관으로 향했다. 호야지리박물관에서 전날 보지못한 전시물들과 지도, 여러 지형도들을 본 후 대망의 광개토왕비문 탁본을 보았다. 탁본이 전시된 곳에 들어가자, 모두 사진촬영에 정신이 없었다. 어느 정도 촬영이 이루어진 후 여호규 선생님의 광개토왕비문과 탁본에 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박물관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박물관장님의 열정적인 설명과 인사를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인 석림사지로 향했다. 하지만 석림사지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있어 결국 석림사지는 못들어가고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답사일정을 모두 마쳤다.

출발 전에는 처음 인사드린다는 긴장감과 설렘이 있었지만 이내 편안하게 즐기게 된 수련회였다. 비록 많은 분들께 인사드리지는 못했지만 얼굴이나마 익혔다는 점에 만족하며, 수련회를 추천해준 박광명 선배와 함께한 많은 연구회 선생님들께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