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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발표회 후기 - “한국사의 유토피아 : 만들고 싶은 나라, 만들어진 국가”

BoardLang.text_date 2017.12.12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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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발표회 후기


한국사의 유토피아 : 만들고 싶은 나라, 만들어진 국가


 

김나경(고대사분과)


 

2017년은 우리 역사학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해입니다. 특히 이번 전국역사학대회는 1958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6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고대사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크고 작은 발표회들을 참관하였지만 학계의 일 년 중 가장 큰 축제에 참석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 전국역사학대회의 ‘역사전환기 이상과 현실’이란 대주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역사전환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역사연구회에서는 “한국사의 유토피아 : 만들고 싶은 나라, 만들어진 국가”라는 학술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한국역사연구회의 학술회의는 한 시대나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한국의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범위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였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 학술회의를 참관하고 우연한 기회에 후기까지 남기게 되었습니다. 협소한 이해력으로 다른 선생님들의 논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서 지면을 통해 발표자 및 토론자 선생님들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날 학술회의는 총 2부로 시기적 순서에 따라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윤성재 선생님의 사회로 2번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발표는 박미선 선생님의 “7세기 신라가 꿈꾼 이상사회, 정토(淨土)”이었습니다. 박미선 선생님은 7세기 신라는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시기로, 당시 사회분위기 속에서 불교에는 ‘미타신앙’과 ‘극락정토’에 대한 인식이 등장하였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7세기 신라불교의 대표적인 인물인 원효와 의상이 지닌 정토신앙은 대상이나 공간적 차이가 있지만 이 차이가 오히려 신라의 독특한 정토왕생신앙으로 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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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최봉준 선생님은 “여말선초 ‘조선(朝鮮)’ 국호로 본 역사인식과 이상국가론”에 대해 발표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조선(朝鮮)’이라는 국호에 국가적으로 기자(箕子)로부터 시작된 유교적 전통의 계승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고려’라는 국호에는 다원적 사상지형과 호족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국가적 이상과 현실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원명교체기에 들어서면서 단군과 기자가 새롭게 주목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이색과 정도전의 이상국가론은 서로 대립되었는데 조선이 국호로 결정되면서 결국 기자의 유풍을 계승하는 정도전의 이상국가론이 지향될 것이 암시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권근은 단군신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색보다 나아가 조선적 이상국가론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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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가 마치고 잠깐의 휴식 후 한승훈 선생님의 사회로 2부의 세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송웅섭 선생님께서 “기묘사림과 ‘공론지상주의’”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기묘사림이 꿈꾸었던 ‘공론지상주의’적 지향이 이를 가능하게 했던 권력 구조적인 여건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셨습니다. ‘국가의 원기=공론=대간 언론’이라는 인식 속에서 성종대에 이르러 청요직을 중심으로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청요직의 대두로 ‘공론지상주의’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조광조 세력이 공론을 장악하게 되면서 도덕적 권위가 확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과열은 결국 사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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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신주백 선생님은 “1930,40년대 민족운동 세력의 민주공화주의 이념과 대동론”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신주백 선생님은 1931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1945년까지의 민족운동 세력과 사회주의운동이 지향한 민주공화주의 이념의 변화를 정리하고 그 사상적 맥락을 파악하고자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민족운동 세력은 1945년까지 대동세계(大同世界)를 꿈꾸면서 이른바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였고, 당시 사회주의운동 세력 역시 국민주권에 입각한 공화주의를 지향하였지만 두 세력 사이에 실현하고자 한 대동의 구체적 모습이 달랐다는 점을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만약 항일투쟁 세력이 1945년 이후 권력을 장악했더라도 이 기본원리가 일상에 정착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적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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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선호 선생님은 “해방 이후 북한의 국가건설론과 인민정권의 성격”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일제시기 프롤레타리아독재론에 입각해 국가건설론을 정립한 공산주의자들은 각각 인민정부와 신민주주의정부를 구상하였고 해방 직후 북한에서 활동을 개시한 정치세력은 각자 독자적인 국가건설론을 표출하였음을 설명하셨습니다. 비록 소련군사령부가 해방 후 북조선행정10국을 설치하였지만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계급투쟁론이 아니라 민족통일전선론에 따라 설립된 민족통인전선정권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된 결과로 북한정치세력의 독자성이 강화되었고 1948년 9월에 수립된 인민국가의 기원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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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학술회의는 각각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이에 따른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토론을 통해 각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과 첨언이 나왔고 이에 대한 답변이 활발하게 오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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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술회의가 넓은 시기를 포괄하는 만큼 종합토론이 진행되지 않고 각각의 토론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는 “한국사의 유토피아 : 만들고 싶은 나라, 만들어진 국가”라는 타이틀에 맞게 국가 혹은 시대의 전환점을 통해 ‘만들어진 국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한국역사연구회의 다음 학술회의를 기대하면서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