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학술연구서
『한국사, 한걸음 더』(푸른역사, 2018)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18.10.16 BoardLang.text_hits 29,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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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역사책과 다른 역사책 여러 모로 전에 없던 책이다. 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고민과 성찰, 제언을 담은 글을 한자리에 담아낸 자체가 희귀하다. 한국사 분야를 들자면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얼른 떠오르지만 이는 특정 시기 연구에 한정된다. 대학이나 연구소, 학회를 가리지 않고, 고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사를 망라한 필진 또한 범상치 않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책인 만큼 창립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은 정년을 맞았을 수도 있는 터에 신진 연구자들까지 가세해 한국사 학계의 연구 역량에 관한 바로미터일 수도 있고, 한국사 연구의 현황을 보여주는 지형도일 수도 있으며, 한국사 연구가 나아갈 바를 점쳐 볼 수 있는 나침반이기도 한 책이다. 70편의 글을 통해 본 다양한 연구 현장 당초 의도는 새로운 연구 주제와 방법론에 대한 제언이었지만 이는 그간 축적된 연구 성과를 짚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한국사 연구의 ‘오늘’을 보여주는 글이 여럿 존재한다. 지배층의 시각에서 서술되어온 북한사를 보정하기 위해 김일성대학 교수진 등의 자서전?이력서 등에 대한 연구(김재용, 〈자서전 자료를 통한 북한사 탐색〉), 서울 종로구 북촌의 지번 정보 DB를 구축하는 역사지리학 개척(은정태, 〈장소 단위로 구성된 DB들, 역사학적 이용 가능성과 한계 탐색〉) 등을 통해 한국 사학계의 다양한 모색을 엿볼 수 있다. 깁고 보탠 한국사 연구의 지향점 한국사의 지평을 넓힐 제언들도 수두룩하다. “조선시대까지도 장애인은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일 뿐 특별히 집단적인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 양반층의 경우 척추장애를 가지고도 정승이 된 허조나 청각장애가 있어 필담으로 대화해야 했지만 형조판서 등 고위직을 역임한 이덕수 등 장애를 가지고도 왕이나 관료로서 활약한 인물들이 있었다”(67쪽)며 산업화시대 이후 ‘발견’된 장애사 연구에 대한 제언이 그 좋은 예다. 김대현의 〈한국의 성 소수자에게 역사라는 이름의 계보적 성원권을!〉이 우리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면 오항녕의 〈시詩, 버려두었던 일기〉는 새로운 정보 제공을 약속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실험적 ‘열린 글’의 신선한 구성 간행위원을 대표한 이익주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이 논문 이전의 시론試論, 연구노트 이전 단계의 글들이라고 지적했듯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학문적 관심사를 다뤘지만 학술적 글의 범주를 벗어난다. “북조선의 토지개혁은 토지가 없거나, 부족한 농민에게 어떤 권리를 분여했던 것인가? 처음에 당연히 소유권이라고 봤지만, 그것이 다만 경작권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그리고 이어진 농업 집단화와 ‘농업의 공업화’ 등 사태의 흐름을 북조선 농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할지 당황스러웠다”(김광운, 〈No Record, No History〉)에서 보듯 의문형 문장과 ‘당황’ ‘고민’이 산재하는 ‘열린 글’이다. 이 글들을, 사론史論이자 총론 격인 ‘한국사 이후의 한국사’로 앞세우고, 현대에서 고대까지 시대를 거슬러 한국사의 세계로 차근차근 들어가도록 꿰어 책 제목 ‘한국사 한 걸음 더’에 걸맞은 신선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누가,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한국사 연구가 어디쯤 와 있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보여주기에 한국사 연구자 또는 연구 지망생이라면 연구 주제나 접근방법을 고르는 데 값진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교과서 중심의 ‘박제된 역사’를 벗어나기 위한 역사 ‘교재’로도 쓰임새가 크다. 노비가 양반을 상대로 한 노비의 소송(박경, 〈사노私奴 철생의 권리 찾기〉), 서희의 강동 6주 회복 배경(박윤미, 〈고려의 전쟁 없는 영토 수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등 암기 위주 한국사 공부를 보완해줄 이야기가 풍성한 덕분이다. 역사학자의 《춘향전》 읽기, 송나라 사람의 고려 정착기, 고려 후기 도감과 별감 등 일반 독자들이 한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거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글 또한 여럿 있다. 《한국사, 한걸음 더》 차례 1. 한국사 이후의 한국사 01 시간의 변화를 넘어 공간의 역사로 *여호규 [왕의 거주공간이 왕궁이 되기까지] 02 한국사는 어떤 언어 체계 속에서 구성되는가? *장지연 03 우주선 ‘지구호’,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고태우 [한국 근현대 생태환경사 연구 제언] 04 역사 소비시대, 공공 역사학의 길 *김정인 05 질병사,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 *박윤재 06 사학사? 학술사도 필요하다 *신주백 07 역사인구학과 사회경제사의 접점 *손병규 08 장애사와 역사인식의 패러다임 전환 *소현숙 09 사료 비판과 기록학의 접점들 *오항녕 10 사실과 해석 사이에서 방황하는 역사학 *오항녕 11 답사문화의 활용과 다크 투어리즘 *이규철 2. 한 걸음 더, 한국현대사 01 한국의 성소수자에게 역사라는 이름의 계보적 성원권을! *김대현 02 한국현대사의 ‘방법론’에 대해 생각하며*한봉석 03 역사의 연속성에서 바라본 남북한의 ‘수도’ 서울과 평양 *김태윤 04 5·18항쟁 연구와 역사학의 몫 *노영기 05 북한 ‘연안파’ 다시 보기 *문미라 06 자서전 자료를 통한 북한사 탐색 *김재웅 07 한국전쟁과 포로 *윤성준 08 한국현대사 연구자의 사료 수집에 대하여 *이선우 09 서울시 도시공간의 변화와 도시민의 삶 *서준석 10 더 넓은 ‘경제’를 향하여 *정대훈 11 No Record, No History *김광운 12 한국 현대사의 격동 속 난민과 중층의 구조들 *김아람 3. 두 걸음 더, 한국근대사 01 1910년 국권 상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한성민 02 1896년 한러 비밀협정의 현장 *김영수 03 경계를 넘나드는 주체들의 복원을 통해 재구성한 근대 사회운동사 *김헌주 04 보수 유림의 근대학문 수용과 민족운동 *심철기 05 근대적 실무형 외교관의 탄생 *한승훈 [‘친일파’ 박제순을 중심으로] 06 독립의 심리, 친일의 심리 *김정인 [역사심리학에 기대어] 07 민족운동사의 재구성을 향하여 *신주백 08 장소 단위로 구축된 DB들, 역사학적 이용의 가능성과 한계 탐색 *은정태 09 ‘민족문화’의 기표와 기의, 문화 헤게모니 *이지원 10 식민지 조선의 비식민지화decolonization, 그 세 가지 길 *홍종욱 11 진정한 탈식민을 위하여 *고태우 [식민지 유산 연구의 동향과 과제] 4. 세 걸음 더, 조선사 01 조선 후기 사신의 외교활동 *김창수 02 조선과 청 관계의 외교적 특징 *김창수 03 정치와 삶의 만남 *박경 [사노私奴 철생의 권리 찾기로 본 정치사 연구 확장 가능성] 04 권력으로서의 언론 *송웅섭 [조선시대 언관에 대한 새로운 접근] 05 법전과 재판기록을 통한 조선시대 법률문화의 재구성 *심재우 06 〈국왕시책〉으로 읽어 내는 조선 국왕의 역할과 위상 *안기혁 07 조선시대 불교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양혜원 [불교와 유교의 이항대립적 담론을 넘어서] 08 역사학 전공자의 조선 후기 소설 읽기 *오수창 [《춘향전》을 중심으로] 09 시詩, 버려 두었던 일기 *오항녕 10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실학’ 바라보기 *허태용 11 조선 후기 재정구조의 질적 전환과 역役의 문제 *최주희 5. 네 걸음 더, 고려사 01 ‘만부교 사건’ 유감 *김순자 02 족두리는 정말 몽골풍일까? *김윤정 03 ‘발해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박순우 04 고려시대 불교신앙의 색다른 면모 *박영은 05 고려의 전쟁 없는 영토 수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윤미 06 여몽관계의 만화경, 각축과 명멸의 모자이크 *오기승 07 고려와 몽골의 관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틀, 몽골을 몽골로 보기 *이명미 08 송나라 사람 채인범과 유재의 고려 정착기 *이바른 09 여말선초 사상사 연구를 위한 교화서 ‘낯설게 보기’ *이상민 10 고려 후기 정치적 묘수, 이성봉군제 *이진한 11 고려 후기, 도감과 별감의 시대 *정동훈 12 고려시대 사람들은 ‘자아’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최봉준 13 고려 사회를 조망하는 새 채널, 의학사 연구 *이현숙 6. 다섯 걸음 더, 한국고대사 01 한국사 속 ‘건국연대’에 관한 고찰 *조경철 [대한민국 ‘건국절’과 관련하여] 02 ‘주변’이 된 역사 온전히 바라보기 *이승호 [부여·옥저·동예·말갈] 03 고대 국가제사의 특징 *강진원 [시조묘 제사와 제천의례] 04 ‘장소’ 아닌 ‘공간’으로서 고대 도성 *권순홍 05 ‘초기 국가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송호정 06 고구려 전기 정치사 연구의 돌파구 찾기 *이준성 07 고구려 후기 ‘귀족연립체제론’을 다시 생각하다 *전상우 08 백제사를 풀어 갈 작은 실마리, 관복제 *나용재 09 태권도에서 고려악으로, 고대 문화교류의 흔적을 찾아서 *전덕재 10 백제 사원의 독창성을 찾아서 *이병호 [베트남 불교자료와의 비교] 11 한국 고대사를 읽는 열쇠, 유민 묘지명 *정동준 12 당위로서의 ‘남북국시대론’, 현실로서의 ‘통일신라론’, 그 간극 메우기 *김종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