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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들’ _ 김명재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0.08.02 BoardLang.text_hits 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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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0년 8월(통권 8호)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김명재(근대사분과)


 

일시 : 2020년 7월 10일(금) 13:00~17:30

장소 : 한국역사연구회 회의실

7월 10일 한국역사연구회 근대사분과 한국사회주의연구반이 중심이 되어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들’”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COVID-19로 인해 아예 최소·연기되거나 사전 신청으로 제한된 인원이 참여하고 화상을 통해 이뤄지는 학술대회들이 많은 가운데, 본 학술대회 또한 선착순으로 소수의 인원만 신청을 받고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필자도 오랜만의 사회주의 관련 학술대회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였고 참관을 신청하여 운 좋게 대학원 동학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었다. 최근 한국역사연구회 회의실은 리모델링되어 깔끔하고 산뜻해졌는데, 발열 체크와 문진표를 작성하고 회의실 내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자리 간격을 두고 앉았다. 코로나 이후의 학술대회 방식을 가늠케 했으며, 관계자분들의 노고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호규 회장님의 개회사로 심철기 선생님의 사회로 학술대회가 오후 1시부터 시작되었다.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들’”이라는 주제에 알맞게 연구자 선생님들께서 ‘사회주의’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식민지시기 사회주의 단체와 지식인의 운동과 사상, 그리고 한국사와 러시아사, 문학사 연구자 선생님들의 시기별, 전공별로 상이한 4가지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해 보면, 첫 번째로 발표로 기존에 1920년대 사회주의 운동과 사상을 연구하신 박종린 선생님이 재일 유학생 그룹의 사회주의 사상의 전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대중시보사 그룹’에 이어 도쿄에서 변희용 등의 사회주의자들이 조직한 ‘전진사 그룹’과 잡지 《전진》 내용을 검토하여 맑스주의와 아나키즘의 사상적 분화와 그 특징을 정리하였다. 이에 전명혁 선생님의 토론은 주로 1920년대 초 사회주의 내부의 사상적 분화와 이후 재일 사회주의 계파와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계파와의 관련성, ‘전진사’와 ‘대중시보사’ 간의 관계 등에 관한 것이었고, 이에 대한 박종린 선생님의 답변이 있었다.

다음으로 국사편찬위원회 윤덕영 선생님의 발표는 당시 코민테른이 주도하고 밀접하게 관련되어 전개되었던 공산주의 흐름과는 다른 사회주의 운동의 흐름을 일본 사회주의 운동의 전개와의 연관 속에서 살펴보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사회주의 우파나 중간파로 불리거나 사회민주주의 계열이 상당한 세력을 유지하는데, 식민지 조선에서도 사회민주주의로 불릴 수 있는 세력이 1920년대 후반 ~ 1930년 대 초반에 걸쳐 확산되었다는 점을 해방직후의 조선공산당 이외의 좌파 정당으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서 탐색되었다.

이에 대해 조형열 선생님의 날카로운 비판적 토론이 이어졌다. 조형열 선생님은 이 연구가 ‘조선공산당 중심의 사회주의 인식의 비판과 그 계보화’에 초점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일제 하 사회주의 해석과 사회주의 운동 방법 등을 폭넓게 살펴보려는 시도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기존의 여러 연구들이 제시했던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존재의 ‘가능성’을 보고자하고 이것을 1920년대 후반부터 커지는 합법운동론 계열을 사회주의 우익 혹은 좌익 사회민주주의 등으로 정식화하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비판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였다. 여기에 윤덕영 선생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회주의 문학사 또한 한국 사회주의 운동 및 사상사 연구와 사실상 분리될 수 없고 또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이번 학술대회에서 유일하게 진행된 정종현 선생님의 사회주의 문학사 연구 발표 또한 진행되었다. 식민지 시기 청년 유진오의 글쓰기와 활동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기존의 ‘동반자 작가’라는 문학사에서의 규정과는 다른 사회주의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탐색한 정종현 선생님의 글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카프 전공자이신 손유경 선생님이 과연 유진오는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문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토론이 진행되었다.

발표 세션 중 마지막으로 1930년대 중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재 고찰과 관련된 홍종욱 선생님의 발표도 흥미로웠다. 기존 연구에서는 1935년 코민테른이 결의한 ‘반파시즘 인민전선론’에 대해 ‘불철저 수용론’과 같이 식민지 조선에의 충실한 수용 정도와 여부가 중요시 되었지만, 선생님은 그보다 식민지 조선과 만주의 사회주의 운동론에서 주어진 조건과 현실 등 어떠한 맥락 속에서 반파시즘 인민전선론이 수용되고 전유되었는지를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소련사에 전공이신 노경덕 교수님의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당시의 세계사적 흐름과 소련의 사회주의 관념들에 대해 한국사 연구자들이 알기 힘든 세밀하고 명확한 개념 정의와 당대 소련의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짚어주었다. 식민지 시기 한국의 사회주의를 공부하기 위해서 왜 소련과 그 사회주의 이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지가 다시 한번 명확해졌다. 주로 이러한 토론은 1930년대라는 시기를 세계사적으로, 그리고 식민지 조선의 차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소련의 반파시즘 인민전선론과 식민지 조선의 인민전선론의 관계와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이후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운동 및 사상의 다양성’ 임경석 선생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다. 선생님의 ‘20여년 만에 계획된 사회주의 학술대회’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토론회에서는 사회주의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앞선 발표·토론 세션에서 못다 나누었던 토론과, 식민지 시기 사회주의는 몇 개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회주의를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는지 등의 공통질문을 통해 진행되었다. 각 연구자 선생님들께서는 토론과 함께 공통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놓으셨고 짧았지만 플로어의 질의응답도 진행되었다. 임경석 선생님은 사회주의 연구의 어려움이 여전히 현실 속에서나 연구 속에서 있으며, 다만, 그 비중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하는 견해를 밝히시면서, 종합 토론이 종료되었다. 발표·토론해주신 연구자 선생님들께서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며 정말 반겨주셨고 즐겁게 뒷풀이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필자 스스로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과 관련 연구주제를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던 것은 사회주의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의 빈곤과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관심과 연구 욕구가 괴리되지 않는가하는 의문이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를 신청을 했지만 정원 상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한 분들이 주위에도 다수였고, 자료집을 문의했던 분들 또한 주위에도 상당히 많았다. 주지하다시피 사회주의는 민족해방운동의 주요 방략이자 운동 그 자체이고, 식민지 운동사와 사상사뿐만 아니라 문화사, 제도사, 정책사 등 제반 한국사 연구에서도 사회주의에 대한 기초·배경 지식이 없다면, 전혀 텍스트를 다른 방식으로 오해할 가능성 때문에 근·현대사 연구에서 필수적이다. 필자 또한 그러한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사상사와 사학사, 그리고 개념사를 전공하면서도, 사회주의의 지식적 차원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읽거나 학술대회 및 세미나를 찾기도 한다.

특히나 현재 석·박사과정을 이수중이거나 과정을 수료하였더라도 지속적으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는 신진연구자 혹은 연구자의 훈련을 받고 있는 분들께는 사회주의 운동이나 지식적 차원에 관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학술대회가 적고 스터디 그룹이나 학습반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이나 지식만을 전문 주제로 하는 학술대회와 세미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를 연결고리로 한 매체연구, 사상·지식 연구 등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중심점이 필요한 실정이다. 차후에 이와 같은 사회주의에 관한 관심을 반영하여 한국역사연구회 등에서 학술대회나 세미나, 학습반 등이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