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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반 탐방] 『三國史記』 雜志 강독_남혜민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02.22 BoardLang.text_hits 3,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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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1년 5월(통권 17호)

[연구반 탐방]

 

『三國史記』 雜志 강독

 

아주 긴 여정의 시작, 지리지 - 地理1 신라


 

남혜민(고대사분과) 


 

일시: 2021년 4월 15일 (목) 19:00~21:00
장소: ZOOM

한국고대사 분과에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반이 운영되고 있다. 여러 연구반 가운데 가장 먼저 탐방하여 소개할 세미나는 사료강독반이다. 사실 사료강독반은 필자가 오래 활동해왔던 세미나로 연구반 소개를 겸하여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약간의 애정을 더 담아 탐방기를 써볼까 한다.

모든 세미나가 그러하겠지만, 사료강독반은 이름 그대로 사료를 읽고 정리하는 작업이 기본적 진행 방식이다. 주로 발제자가 자신이 맡은 사료 원문을 정리하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한 후, 세미나는 사료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료를 정리하고 논의하는 세미나인 만큼 연구를 시작하는 석사 신입생의 입장에서도 적은 부담감으로 한국역사연구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으며, 사료를 분석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는 연구반이다.

필자 역시 석사과정에 막 입학했을 때부터 사료강독반 모임에 참석하였고, 석사논문을 준비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오랫동안 활동하여 세미나는 편안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필자와 함께(혹은 그 먼저, 또는 그 이후 약간의 시차를 가지고) 사료강독반에 활동하였던 선생님들은 어느덧 자신들의 연구 주제를 찾아 석사학위논문을 발표하였고,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선생님들의 연구 주제는 신라부터 고구려・백제, 그리고 여러 시기・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하나의 사료에 대한 토론도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료강독반은 주로 『삼국사기』・『일본서기』・중국 사서 등 여러 사서에 있는 사료로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고, 작년부터는 『삼국사기』 잡지의 완독을 계획하였다.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雜志는 제사・음악・지리・직관으로 구성되어 본기만큼이나 중요한 사료이지만, 혼자 모두 살피기에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러 시대,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세미나에서 『삼국사기』 잡지의 강독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료강독반에서도 모두 꼼꼼히 살펴보기에 시간상, 진행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료 자체를 한번 완독하고 정리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사진 1> 오랜만에 재개된 모임 중 논의하는 모습
 

먼저 잡지에 대한 연구 성과를 살펴보고 잡지의 제사・음악・색복과 옥사조를 살펴본 후, 한동안 휴지기를 가졌던 모임은 지리지 강독의 시작과 함께 재개되었다. 언택트 세미나 경향에 맞춰 사료강독반 역시 작년, 잠시 잠깐 소강상태였을 때 한두 번의 모임을 외에 줌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는 오랫동안 반장을 맡고 있으신 나유정 선생님과 총무이신 권준 선생님, 임평섭 선생님, 김나경 선생님과 김연수 선생님, 그리고 새롭게 인사드린 장수인 선생님께서 참석하였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스케줄에 맞춰 세미나에 참석하여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강독’이라는 취지에 맞게 발제는 주로 원문을 읽고 해석한 뒤, 그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림 1> 『삼국사기』 권34, 잡지 3 지리1 신라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정덕본)
 

이번 세미나는 사료를 많이 다루기보다 세미나를 다시 시작한다는데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짧게 지리지의 개설적 부분만 다루었다. 발제는 나유정 선생님, 권준 선생님께서 먼저 맡아주셨다. 나유정 선생님은 신라의 강역을 소개하는 기록부터 국호의 변천까지 발제해주셨고, 사료의 순서에 따라 여러 논의거리를 제시해주었다. 먼저, 고구려・신라・백제와 삼한의 관계 혹은 삼국의 삼한 출자 인식에 대한 연구사를 정리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신라의 통일과 삼한일통인식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오늘날 통설과 다른 최치원의 삼한 인식을 살펴보면서 삼한, 즉 마한・변한・진한의 구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였으며, <광개토왕비>의 韓과 濊의 구별 기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시기에 따른 신라 국호의 변화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고구려와 달리 백제・신라는 시기에 따라 국호를 바꾸기도 하였는데, 발음상 유사함을 고려하더라도 여러 국호가 공존하고 시기에 따라 개명・개칭하는 것이 어떤 국가적 성장・정치적 변화를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인 권준 선생님은 궁성의 변화부터 신라의 멸망까지 정리해주셨다. 박혁거세의 즉위 이후 5세기경까지 신라의 궁성은 금성, 월성 등으로 바뀌었다. 현재까지도 활발하기 이루어지는 발굴 조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재성’에 대한 새로운 학설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이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9주에 대한 설명이었다. 신라가 표방하고 있던 삼한 일통과 9주의 설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고구려・백제 故地에 대한 지리지의 서술이나 9주를 설명하기 위한 기준이 각기 달리 흥미를 끌었다.

삼국, 구체적으로 신라의 삼한 인식과 국호의 변천, 9주 설치의 표방과 기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 의견이 오고갔는데, 세미나를 아우르는 논의의 큰 줄기는 ‘표방’과 ‘인식’이었던 것 같다.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표상하는 정체성과 실제 그 ‘누구’의 인식, 타자에 의해 규정되는 성격을 연구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활기를 띈 대화가 이루어졌다. 물론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기록이나 대외적으로 드러낸 표방, 그리고 실제 지배층의 인식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는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료를 다루는 태도, 기록에 내재된 다양한 층위를 분석해야 하는 자세를 다시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모입부터 본격적으로 상주를 시작으로 하여 무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고구려와 백제조를 차례로 읽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어떤 내용의 발제를 앞두고 있을지 막연하기도, 궁금하기도 하지만, 멋지게 완주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