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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반 탐방] 현대의 시간, 배움의 순간_이재홍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02.27 BoardLang.text_hits 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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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1년 12월(통권 24호)

[연구반 탐방] 

 

현대의 시간, 배움의 순간

 

- 현대사분과 정치사회사반 탐방기


 

이재홍(현대사분과)

 

* 함께 읽기 : 금보운_나의 논문을 말한다


 

필자가 속한 정치사회사반은 한국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학구열을 불태우는 반원들이 참여하여 꾸려나가고 있다.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2019년까지 해방 직후부터 제2공화국까지 정치사를 다룬 주요 저작을 읽었고, 2020년에는 역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학위논문을 읽는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이때부터 팬데믹 사태의 여파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지 못하며 부득이하게 온라인 줌을 통해 세미나를 이어나갔다.

올해 2021년은 반원들 각자가 가진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살펴보자는 취지로 정치사회사반을 크게 정치사반과 사회사반으로 나누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매달 반별로 모여 세미나를 하면서, 두 달에 한 번 전체 모임을 가진다. 올해 전체 모임에서는 학위논문 심사를 앞둔 반원들의 논문발표회와 작년 커리큘럼에 이어서 박사학위논문 저자 선생님을 초청하여 저작비평회를 진행한 바 있다.

반별 활동을 살펴보자면, 우선 정치사반은 시기별 정치세력과 제도, 사건과 인물, 한미·남북관계에 관련된 연구목록을 정리한 다음 그 가운데 1960년대 정치사에 집중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반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하고, 군정기 관련 자료를 정리 중이다. 사회사반은 먼저 ‘사회사’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회사에 대해 개괄하는 저작을 읽었다. 이후 반원 각자가 읽고 싶은 책 혹은 논문을 골라 발제를 하면서, 사회사적 접근법을 어떻게 연구방법론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공부하고 있다.

정치사회사반은 세미나 이외에도 매년 답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와 관련된 장소를 탐방하는 한편 반원들 간의 우애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물론 답사 역시 팬데믹 사태로 인해 2020년에는 진행하지 못했다. 다행히 11월부터 상황이 완화되면서 지난 11월 중순, 반원들이 함께 용산 지역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10월 21일 정치사회사반 모임에서는 올해 여름 발표된 금보운 선생님(이하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저작비평회가 있었다. 저자께서는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주한미군의 기지 운영과 ‘지역사회’와의 관계성 형성에 주목하셨다. 주한미군은 안정적인 주둔지 및 주변 지역의 운영을 위해 지역 거주민들을 통제·관리하기 시작하였다. 주둔지 안팎을 포함하는 소위 ‘지역사회’ 내에서 한국 정부와 동등한 ‘권한’을 가졌던 주한미군은 군사안보를 목적으로 ‘지역사회’ 주민들과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였고, 시간이 갈수록 주한미군의 정책과 그 영향력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면서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하나의 ‘기지생활권’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사진 1> 저작비평회 토론을 진행 중인 모습(2021.10.21.)
 

이날 토론자들은 최근 용산기지 반환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보듯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주한미군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문제의 이면에는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 그리고 일상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주한미군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다. 즉 안보를 목적으로 한 주한미군의 개인 동원·통제 양상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전시적·병영적 성격을 읽어낼 수 있으며, 이러한 양상이 규정력을 지닌 냉전 체제라는 거시적 차원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본 논문의 의의라고 평가하였다.

반면에 토론자들은 본 논문의 한계로 주한미군 내 미국인을 인종적 관점에서 다양한 인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지역사회’에 거주하기를 선택했던 사람들을 공간적 관점에서 지역 내 공간적 변형, 이주/재이주, 주민들의 정체성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한국 정부가 주도하여 미군 거주지 및 수용지 반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한국 정부를 ‘주권 정부’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사진 2> 서울 용산 소재 미군기지 전경(1953).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사진 3> 경북 칠곡군 왜관읍 소재 '캠프 캐럴' 입구(1969).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다음 순서로 저자께서 어떠한 방법으로 본 연구를 진행하였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시간이 이어졌고, 이후 곧바로 반원들의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특히 논문에서 주로 활용된 사료로서 구술자료에 관한 질문이 흥미를 끌었다. 게 구술자들을 섭외하게 된 과정, 그리고 구술자들이 지닌 지역사회 인식,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의 지역별 특성과 주민들의 인식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본 연구를 위해 저자께서는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파견된 군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셨다. 학술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했던 미국 LA와 워싱턴에서 현지 측으로부터 해외주둔미군협회라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곧바로 연락을 취하여 구술자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셨다. 이들 구술자들은 ‘지역사회’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활동에 적극적이었으며 주민들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구술자 본인들이 특별한 경우였고, 주변 군인들은 주민들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로서 당시 미국정책 자료와 선전 자료에서도 기지 내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주의 배포문을 건네는 등 언제든지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사진 4> 추수감사절을 맞아 고아원을 방문한 주한미군 병사(1962).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마지막으로 주한미군의 감군이 결정된 1971년 이후 ‘지역사회’의 양상 및 주민의식의 변화, 그리고 주한미군과 ‘지역사회’가 맺은 관계성과 지역별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자께서는 1960~70년대 동안 주한미군들의 지역 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했지만, 분명히 시기별·지역별 주한미군의 활동과 특성에 있어 차이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셨다. 나아가 1970년대 이후 정책의 변화와 주민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날 저작비평회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면서 의미있는 논의가 이루어졌고, 필자를 포함한 반원들이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필자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짧지 않은 시기 동안 국가·지역 단위의 정책이 해당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주한미군’이라는 소재로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편으로 국가·지역 단위의 정책이라는 거시적 관점과 지역주민들의 일상이라는 미시적 관점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을 어떻게 하면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2021년도 마지막 한 달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2년은 팬데믹 사태로 인해 반원들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못해 아쉬웠지만, 반원들 모두가 열의를 가지고 공부했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내년에는 상황이 호전되어서 이전보다 더욱 자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더불어 많은 연구자들이 정치사회사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