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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참관] 바다에 숨은 진주 찾기: ‘『四郡志』의 학술적 가치와 고대사 인식’ 참관기_전상우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02.27 BoardLang.text_hits 1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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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1년 12월(통권 24호)

[학술회의 참관] 

 

바다에 숨은 진주 찾기

 

- 『四郡志』의 학술적 가치와 고대사 인식’ 참관기


 

전상우(고대사분과)


 

『사군지』(단국대 소장본)의 표지
 

나와 ‘『四郡志』의 학술적 가치와 고대사 인식’ 학술회의는 나름의 인연이 있다. 2020년 8월 즈음 습속반원이신 김지영 선생님께 우리 학교에 있는 『사군지』 필사본의 스캔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사군지』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우리 학교에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도서관에 갔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 방침상 고서의 스캔은 허용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진으로 『사군지』 필사본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보내드렸다. 우연한 기회로 학술회의 참관기를 쓰게 되었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아마 학술회의 참관기를 쓰게 하려는 운명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이번 학술회의 역시 COVID-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학술회의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자료 찾기도 편하고 시공간적 제약을 많이 해소하여 편리하게 느껴진다. 물론 학술회의가 끝난 후에 맥주 한잔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유롭게 대면하여 공부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학술회의는 기조강연과 6편의 발표 그리고 종합토론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서영대 선생님의 <유득공과 『四郡志』>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이 있었고, 이어진 본 발표에서는 김현정 선생님의 <18세기 후반 역사지리에 대한 인식과 유득공의 『四郡志』>, 고현아 선생님의 <『四郡志』와『海東繹史』의 ‘四郡’ 비교연구>, 김성현 선생님의 <『四郡志』「建置沿革」조에 나타난 한사군 위치 비정의 특징>, 김경화 선생님의 <『四郡志』「事實」조를 통해 본 유득공의 삼국 인식>, 박미선 선생님의 <「名宦」·「人物」조에 나타난『四郡志』의 특징과 의미>, 윤성재 선생님의 <『四郡志』에 수록된「土産」조의 이해>가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유득공과 『四郡志』>는 『사군지』라는 자료의 개설, <18세기 후반 역사지리에 대한 인식과 유득공의 『四郡志』>는 18세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의 『사군지』, 나머지 발표는 『사군지』를 구성하는 개별 조목의 분석이라 할 수 있다.

발표를 듣다 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먼저 『사군지』라는 자료의 연구 현황이다. 유득공은 『발해고』를 통해 남북국론을 주창하여 현재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발해고』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사군지』는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고, 연구 성과도 미진한 상황이다. 『사군지』가 『발해고』에서 주창한 남북국론을 심화, 확장한 결과물이라는 발표와 유득공이 『사군지』를 통해 眞番의 위치를 압록강 바깥의 興京으로 비정하는 등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 것을 고려하면, 『사군지』의 학술적 가치는 다각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발해고』의 考와 『사군지』의 志가 가지는 의미도 흥미로웠다. 유득공은 『발해고』의 서문을 통해 제목을 ‘考’라 한 이유를 ‘역사서로 완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했다. 반면 『사군지』의 서문에서는 ‘역대 사서 중 한사군에 관한 기록을 모아 志를 만들었으며, 다른 사람이 믿지 않는다고 해도 나의 학설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요지의 서술을 했다. 즉, 유득공은 한사군에 관한 책을 편찬하고, 그 제목에 기전체 역사서의 요소 중 하나인 ‘志’를 붙여 자신의 학설에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사군지』가 가지는 또 다른 학술적 가치로 보이는데, 오늘날 유득공이 자신감을 내비친 『사군지』보다 『발해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학술회의 현장(김성현 선생님 제공)
 

종합토론 시간에는 토론을 맡으신 선생님들의 예리한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문을 통해 그 내용을 살펴보면서 발표자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지적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기록상의 불일치에 대해 모순 없이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근대역사학의 강박’이란 서술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과거의 사료를 재단하던 나에게 주어진 토론처럼 느껴졌다. 또한 『사군지』라는 사서가 편찬된 궁극적 배경에 관한 질문도 여러 차례 보였다. 이는 토론 과정에서도 제기되었듯이 이번 학술회의의 전반적인 발표가 세부 조목의 분석에 집중된 결과로 판단된다. 물론 발표문 중간중간에 『사군지』의 편찬 목적이 서술되었지만, 보다 큰 틀과 시각에서 구체적인 서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토론 주제로 상정되었는데, 『사군지』의 후속 연구 주제로 귀담을 만한 것들이어서 유익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사군지』의 연구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 그럼에도 이번 학술회의는 滄海遺珠라는 말처럼 『사군지』라는 사서의 학술적 가치를 환기하고 이를 전론으로 하여 분석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발표와 토론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논의는 『사군지』뿐만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비대면 학술회의라는 가림막에 숨어 딴짓(?)을 하며 발표와 토론을 듣기도 하고, 관련 공부가 부족한 상황에서 참관기를 작성하여 혹 여러 선생님의 논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저어된다. 혹 그러한 점이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참관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