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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 2022년 여름, 파주 및 연천을 다녀와서_김나경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02.27 BoardLang.text_hits 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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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2년 8월(통권 32호)

[답사기] 

 

〔최북단 답사기〕 2022년 여름, 파주 및 연천을 다녀와서


 

김나경(고대사분과)


 

지난 7월 17~18일에 시간과 마음이 맞는 단국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생 8명은 전공과 무관하게 삼삼오오 모여서 남한 최북단인 파주와 연천 답사를 다녀왔다. 전염병이 살짝 주춤할 무렵 무더운 날씨를 이기고 모여서 답사 겸 휴가 일정을 진행하였다. 파주와 연천은 수도권에 속하지만 대중교통으로 답사를 다니기엔 쉽지 않아 이번 기회에 둘러보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진행된 답사에 모두 들뜨고 즐거운 마음으로 파주 삼릉에 모여서 출발하였다.

파주 삼릉은 공릉(恭陵)·순릉(順陵)·영릉(永陵)을 말하는데, 조선 8대 임금 예종(睿宗)의 비인 장순왕후(章順王后), 성종(成宗)의 비인 공혜왕후(恭惠王后), 진종(眞宗)으로 추존된 효장세자(孝章世子)와 부인 효순왕후(孝純王后)가 모셔져 있다. 입구에서는 날벌레 퇴치용 부채가 있어서 하나씩 손에 들고 입장하였다. 바로 전날까지 비가 온 탓에 삼릉 주변 나무와 잔디에 잔뜩 이슬이 맺히고 풀벌레들이 매우 많았지만, 묘역의 정비가 잘된 덕분에 1시간 여 천천히 둘러보면서 모인 일행들의 근황을 공유하였다.


그림 1. 파주 삼릉 중 영릉
 

첫째날 두 번째 일정은 보물 제93호인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이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걸로 알려진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은 용암사(龍岩寺) 내에 위치하며, 용암사 뒤편 계단을 잠시 올라가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만날 수 있다. 비록 날이 더워서 계단을 오르기 난감했지만 정상에 올라 둥글둥글하고 각진 모자를 각각 쓴 두 입상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웅장함과 친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림 2.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이열치열로 뜨거운 순대국으로 배를 채우고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입가심하면서 무더위를 잠시 잊고, 일행은 다시 힘을 내서 파주 이이(李珥) 유적으로 향했다. 율곡 이이 유적은 자운서원(紫雲書院)을 포함하여 율곡 이이의 무덤, 율곡기념관이 모두 모여있는 경기도기념물이다. 이날에는 연못 앞 잔디밭에서 한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운서원에는 이이의 초상이 모셔져 있어서 이곳에서 다함께 학문의 발전을 기도하면서 유적 전체를 둘러보았다. 이후 첫날은 숙소로 이동하여 물놀이로 쿨하게 마무리하였다.
 

그림 3. 파주 자운서원의 자운문
 

둘째날은 연천 호로고루(瓠蘆古壘) 탐방으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천 호로고루가 위치한 곳은 임진강 하류 방면에서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최초의 여울목이자 육로를 통해 개성에서 서울로 내려가는 최단거리였다. 이에 따라 삼국시대부터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고 이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기록도 많이 등장한다. 연천 호로고루에서는 여러 차례 성터가 발굴조사되었고, 그 결과 백제계‧고구려계‧신라계 축성법이 차례로 나타나면서 총 4번에 걸쳐 보수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호로고루의 성벽 전체 둘레는 약 400여 미터 정도이며 성 내부에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토기 조각 및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호로고루에서도 드라마 VIP 촬영지이자 인스타 사진 명소로 유명한 하늘계단이 인기 있는 코스인데, 이날에도 쨍한 햇빛과 수없이 피어있는 들꽃으로 인하여 장관을 형성하였다. 호로고루 입구에 위치한 홍보관은 문화관광해설사 한 명이 상주하면서 호로고루에 대한 안내를 맡고 있다. 호로고루는 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가다 마주치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현재 공사로 인하여 울퉁불퉁한 길을 거쳐야 하지만, 하늘계단에 올라 임진강을 둘러보면 유적이자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림 4. 연천 호로고루
 

두 번째 코스는 파주 육계토성(六溪土城)을 찾아 떠났다. 내비게이션에 육계토성을 찍고 도착을 했더니 육계토성의 안내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내 표지판 주위로 토성의 흔적을 찾기에는 매우 어려웠고, 나무와 잡초, 그리고 방치된 쓰레기들 때문에 토성이라고 바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일대를 찬찬히 살펴보니 토지의 사적 이용 금지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저멀리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을 발견하였고 해당 발굴현장이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7월 26일,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독특한 축조기법을 토대로 육계토성이 백제 초기에 조성되었음을 공개하였다. 추후 정식 발굴보고서가 발행되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육계토성에 대한 앞으로의 연구 성과가 기대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육계토성이 대중에게 주목되어 그 일대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림 5. 파주 육계토성 발굴현장
 

우리 답사의 마지막 일정은 바로 연천 학곡리 적석총(積石塚; 돌무지무덤)이었다. 대로에서 살짝 안쪽으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임진강을 배경으로 홀로 놓여 있는 적석총 1기를 발견할 수 있다. 해당 적석총은 길이가 약 30미터, 폭은 최대 17.5미터 정도이며 2003년 발굴 당시에 고구려계 유물이 출토되지 않아 백제와 관련된 무덤으로 추정된다. 적석총의 무덤방은 총 4개가 확인되었고 경질무문토기(硬質無文土器)를 포함하여 낙랑계 토기와 유리구슬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학곡리 적석총이 위치한 돌마돌 마을에는 마귀할멈이 치마폭으로 돌을 날라 이 적석총을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적석총을 활짝각담이라 부르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그림 6. 연천 학곡리 적석총
 

남한의 최북단 일대를 답사하면서 수많은 군부대를 지나쳐 다녔다. 임진강을 따라 형성된 많은 유적지를 거치면서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도 유효한 파주 일대의 군사적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행은 빗방울 대신 뜨거운 햇빛과 함께 1박 2일을 보냈다. 이번 답사에 날씨운이 함께 했음에 감사하며, 전염병의 재유행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건강하게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시 건강하게 다음 답사를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