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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한국사교실 참관기] 내가 공부하는 이유_김소연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3.02.28 BoardLang.text_hits 7,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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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3년 2월(통권 38호)

[한국사교실 참관기] 

 

내가 공부하는 이유


 

김소연(충남대학교)


 

학부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졸업논문 및 진로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던 1월의 어느 겨울이었다. 4년 간의 학부 생활을 함축할 졸업논문 작성을 앞두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에 사로잡혔다. 이 고민은 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살라던, 어느 교수님의 조언으로부터 시작됐다. 게다가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하고 글을 쓰려는 나로서는 내 글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마땅히 고민할 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학과 내 박사과정 선생님의 소개로 한국사 교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더불어 학부 시절에는 관심 분야를 찾는 것도 좋지만, 두루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던 교수님의 조언이 떠올랐다. 줄곧 지방사, 식민지시기 도시사, 도시 행정 등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져오며 알게 모르게 사고방식이 경직되어 감을 느껴온 나로서는 견문을 넓히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한국사 교실을 신청했다.

예년과 올해 한국사 교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로그램의 대면 여부가 아니었을까. 순조롭게 지하철을 타고 공덕역에 도착했으나,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으며 주변을 세 바퀴쯤 빙빙 돌고, 동네 주민께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가며 길을 물어 도착했다. 동그란 안경, 어딘가 꾸민 옷차림, 백팩 그리고 2인조 여성. 퍽퍽한 도시의 인심에 체념하려던 순간 바라본 거울 속 내 모습은 금방이라도 도를 아시냐 물을 것만 같았다. 13회 한국사 교실 수강자를 위해, 위치는 설마 여기인가 싶은 그곳이 맞단 말을 전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예비-초보 연구자를 위한 한국사 교실>로, 신청자 대부분이 3월 개강을 앞둔 대학원생이었다. 강의는 한국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의 연구 동향과 방법론, 각종 DB 활용법에 관한 설명을 중점으로 전개됐다. 이틀간 진행된 강의에서 한국사 전반의 연구 흐름과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갖게 되는 문제의식 등을 들으며, 넓게 생각하고 두루 바라보고자 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강의 내용이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나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강의를 맡으신 선생님들께서 연구자로서 또 先生으로서 건네주신 말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최근의 나는 개강을 한 달 앞두고, 끝없이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장 빠른 길은 정공법으로 공부하는 것이라 하신 김윤지 선생님의 조언은,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공론장”개념을 이용해 강의를 진행하신 권기하 선생님 덕분에 글쓰기의 목적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껏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할 마음을 갖고 있던 것과 별개로 글, 즉 논문을 쓴다는 행위에 담긴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지금껏 내가 해 온 공부가 오로지 레포트를 쓰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함이었다는 듯 느껴져 주변에 쉽사리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그런데, 권기하 선생님께서 “공론장”개념으로 강의를 포괄하며 현시점의 연구자들과 연구가 토론에 얼만큼의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주신 덕분에 내 글쓰기의 목적을 설정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질문할 수 있는 글, 토론하고 반박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나아가 그 글이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남지 않길 바란다. 어떤 글을, 왜 써야 하는가 고민하던 나 자신에게 나름의 해답을 선물해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외에도 학제 간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해주신 홍해뜸 선생님, 글에는 파괴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신 강진원 선생님, 평소 내가 궁금해했던 점에 해답의 실마리를 주신 정대훈 선생님, 생소한 DB 활용법을 설명해주신 이준성 선생님과 박광명 선생님, 이틀 동안 도움 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번 한국사 교실은 나를 돌아보고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내가 궁금해하던 점을 해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질문을 들으며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만큼, 그리고 그 이상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작은 질문에도 진심 어린 답변을 해 주신 선생님들을 보며 내 공부의 목적을 나 혼자만의 성공보다는 주변인과 함께 성장하는 것에 두자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끝없는 공부가 전제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학생으로서 살아온 16년간, 나는 선생님이라고 불릴 일보다 누군가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일이 더 많았다. 그런데 한국사 교실에서는 모두가 ‘선생님’이었다. 신기한 감정도 잠시, 내가 과연 선생님이라 불려도 되는지 마음만 무거워질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압박감을 기억하며 학교로 돌아가려 한다. 최근 우리 학과에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바로 이번 한국사 교실에 함께 참여한 동기들을 중심으로 大學을 공부하는 스터디가 생긴 것이다. 함께 공부하며 서로가 누군가의 선생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면 약 22회 한국사 교실이 개최될 무렵엔 그 호칭에 걸맞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잊고 있었던 공부의 목적을 되찾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