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역사랑' 2023년 3월(통권 39호)[한국사교실 참관기]
앞으로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역사를 말이다.
- ‘조선 후기 사상사 연구 동향’을 재료로 쓰며 -
김나현(충남대학교)
시간이 흘러, 학부 졸업 예정에 들어선 필자는 전기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고 마음이 초조해졌다. 방학 중 지도교수님을 포함하여 전공 교수님들에게 대학원 진학 및 진로 상담을 하였고, 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받았으나 해답은 찾지 못한 느낌이었다. 초조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고, 대학원은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방황하는 나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것이 한국역사연구회가 주최한 ‘예비–초보 전문가’들을 위한 한국사 교실이었다. 이에 대한 소식은 자대 맹자 강독반을 같이 듣고 있던 대학원 선배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듣자마자 참가를 희망하였다. 어쩌면 철붙이가 자석에 이끌리듯, 사학도로서 꼭 들어야 하는, 경험해야 하는 강의로 와닿은 것 같다.
위 교실의 대주제는 ‘한국사 연구 동향과 주제 모색’ 이었다. 딱 내가 찾던 해답이었다. 마침 졸업논문 주제를 찾는 동시에, 대학원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을 위해 최근 한국사 연구 동향 탐구에 뛰어든 나에게 사막 속 오아시스였다. 더불어, 막연하게 ‘조선시대사’ 연구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나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학과 교수님께서 “연구하는 것은 하나의 점을 찍어가는 과정이며, 그 점이 찍힐 방향,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예비 대학원생의 기본기다.”라고 하셨는데, 한국사 교실은 내가 이를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주었다.
실외 마스크가 해제됨과 동시에 코로나 19가 감기로 취급받기 시작하면서 한국사 교실은 한국사연구회에서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총 7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이는 고대사를 필두로 고려사, 조선 후기 사상사, 근대사, 현대 경제사를 주제로 한 5개 강의와 한국 전‧근대사 관련 DB 활용과 한국 근현대사 연구와 디지털 아카이브 이용에 대한 강의 2개로 이루어져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되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사의 연구 성과와 최근 연구 동향,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연구자인지 선생님들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동시에 반성하고 고찰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고대사 선생님께서 고대사의 요즘 화두를 던지는 동시에 당신의 유감과 희망사항을 덧붙여 강의를 채워가셨는데, 여기서 나는 반성과 고찰, 역사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강의에서 언급된 ‘휘어진 오컴의 면도날’과 ‘실용주의 지양’은 창의성이란 공통점에 묶여, 나와 같은 예비 대학원생들의 갈피를 잡게 해주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주제를 한참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서, 창의성과 공동선두에서 뛰고 있다고 말하면, 그 누가 믿어줄까? 더불어, 내가 하고자 하는, 나아가고자 하는 道를 가야지, 주변에서 실용주의적 연구를 진행한다고 해서 나 또한, 나만의 창의성을 무시하고 그 방향으로 간다면 한참을 돌아가는 것이다. 사학도로서 꺾이지 않는 자신만의 역사관이 필요하다.
위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단연 “조선 후기 사상사 연구 동향”이었다. 이 강의는 연구 동향 탐색방법과 조선시대 박사 논문 연구 동향, 앞으로의 연구 전망 및 모색 등으로 나누어져 진행되었다. 그 중 주목하여 들었던 주제는 ‘연구 동향 탐색방법’과 ‘조선시대 박사 논문 연구 동향’이었다. 연구 동향 탐색방법은 크게 3가지로,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연구 휘보’를 활용할 것, <歷史學報>의 ‘한국역사학계의 회고와 전망’을 완독할 것, <史林> 2022, ‘조성산, 「2000~2021년 조선 시대사 박사 학위 논문 분석」’을 완독하는 것이다. 이 중 조성산 선생님의 조선시대사 박사 학위 논문 분석은 조선시대를 연구하고자 하는 예비 대학원생들에게 고효율 연구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물론, 저자의 주관성이 완전히 배제된 자료는 아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최근 조선시대 연구 동향을 한눈에 알아보는데 도움될 것이다.
더불어, 선생님이 제시한 2011년-2022년 박사 학위 논문(수) 표를 보고, 190여 개의 논문 중 현재 사상‧문화사 연구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경향을 분석하자면, 현재 정치사에서는 숙종을 비롯하여 영‧정조 대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사회사에서는 사족, 가족 및 친족질서, 가계계승, 재산상속 등 다양한 주제가 쏟아져 나오며, 사상‧문화사에서는 유학 연구가 축소된 반면, 예학 및 의례사 연구가 다른 분야와 연결되면서 그 주제가 확장되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한 연구 동향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그러나, 동향의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는 것은 역사학도의 몫이기에 예비 대학원생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이며, 나 또한 이러한 연구 동향 속에서 어떤 주제를 선택하고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인지, 이에 활용할 단단한 역사관을 창립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듣던 중 두 귀를 쫑긋하게 만든 키워드는 ‘연속성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였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조선 후기사 및 사상사에 한정하여 이러한 키워드를 꺼내 드셨으나, 나는 모든 시대사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연구가 확대되고 타 분야와 연결되어 확장 해석되는 것은 연구자마다 다른 시각과 관점, 해석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내면의 통계자료인 경험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창의적이고, 괴짜 같지만 유용한 주제들을 쏟아낸다. 경험보다 완벽한 통계자료가 어디 있을까? 더불어, 조선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역사시대. 그만큼 발굴된 사료와 실증사료가 많으며, 지금도 특정 가문들의 서적 기증과 증언 등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기에 이를 활용할 때 늘 주의가 필요하다. 많이 연구되었다고 해도 아직 손대지 못한 연구 주제들이 많은 ‘조선시대’이기에.
위 강의는 ‘조선 후기 사상사’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연구자’라면 갖춰야 할 기본기를 배울 수 있었던 훌륭하고 유일무이한 강의였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연구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언어 및 사료 해석 능력, 하나의 사료를 어떻게 해석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 이를 자신만의 실증사료로 삼고 활용하는 것. 연구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이 연구가 어떠한 맥락을 가지고 분석되는지, 어떤 성과로 남을지 그 의문에 답해가며 나만의 연구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번 한국사 교실에 참가하면서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 “혼례사에 대해 연구해볼까? 혼례사를 연구한다면, 반친영제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 이러한 막연한 생각들이 앞으로의 연구 주제를 잡는데 혼선을 주었음을 깨달았고, 이를 고쳐 “혼례사에서 조선 중‧후기 반친영제를 연구하기 위해 먼저 지역별로, 지방별로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탐구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해줌과 동시에 초조하고 불안한 나의 마음을 다잡게 해준 한국사 교실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필자와 같은 예비 대학원생들에게.
당신들은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그저 꺾이지 않는 자신만의 역사관을 구축하고 연구에 임한다면, 역사학계의 빛나는 별이 될 것이다. 같이 나아가보자. 두려워 말고, 침체되는 역사가 아닌 발전하고 진전하는 역사를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