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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참관기
[학술회의 참관기] 강제동원의 실상, 판결과 해법_이정훈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3.05.30 BoardLang.text_hits 1,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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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3년 5월(통권 41호) [학술회의 참관기] 강제동원 연합 학술회의 참관기이정훈(고려대학교) 현대 역사학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3월 강제동원 배상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이전 정부의 입장과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을 비롯한 전쟁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기업들, 즉 지난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고 지목된 피고 기업들의 배상 참여 부분이 빠지게 되었다. 이에 관련 시민단체들은 긴급성명을 발표하였고, 곧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대학교수들이 강제동원 배상안 철회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었다. 이번 4월 13일에 진행된 학회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다. 여러 교수님들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살펴보았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독일-폴란드의 배상 문제와 한국-일본의 배상 문제를 비교 및 대조하고 우리 나라는 타 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 배상 문제를 대처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과 대한민국은 일본에게 역사 관련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기 전 베트남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독일-폴란드 같은 경우도 역사적으로 강제 동원을 한 사실이 있었고 이에 대해 배상 판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실이 발견 될 때마다 계속해서 배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배상안을 발표했다고 해도 나중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다시 배상을 요구하고 논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번 배상안으로 끝이 났다는 생각보다는 다시 역사 논쟁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더욱 철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미나에서 독일의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 생각에 동의하는 바 이나 우리의 사례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그리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참고를 하는 것은 적절하다는 교수님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가 일본에게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다양한 피해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기 전 우리 또한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에게 대량학살과 같은 피해를 입힌 측면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우리가 가해를 했던 사실에 대해서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 일본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정당성과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현재 당시 관련 사실에 대해 조사하고 피해를 받은 마을에 봉사를 하는 단체가 있다고 세미나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는 앞서 말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학부생으로서, 또는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이번 학회를 통해 역사학에 대한 영향을 재고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은 소위 말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 기술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이학공학계열들이 취업시장에서 선호를 받고 있다. 인문사회계열들 중에서도 인문학 전공들은 특히 기피의 대상이 된다. 취업시장에서 이점이 없기때문이다. 그리고 영향력이나 범용성의 측면에서도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이학공학계열들과는 다르게 인문학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하였고, ‘인문학 무용론’이 제기 되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 폐기에 대한 성명은 주변부 학문으로 치부된 인문학, 역사학의 존재를 다시 상기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학문도 사회 구조 속에서 획일적으로 순위를 메길 수는 없다. 어떤 사회적 문제나 방향성을 결정함에 있어서 필요한 학문이 다를 뿐이다. 고려대학교 대학교수들이 강제동원 배상안에 대한 철회를 주장할 때 함께 우려를 표한 것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한일 군사협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역사적 문제점을 현실 정치와 연관시켰기 때문이다. 즉, 현실 정치가 역사적 문제점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판단 하에 진행된 조치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치적 협의와 역사적 사실은 분리되어야 한다. 논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두개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적성을 띄기보다는 부가적인 효과라고 인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인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사학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의 사회상이나 분위기, 시대정신을 포함한 학문이다. 대중들에게 여러 사건들의 역사인식을 전달하여 최소한 각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역사가의 진정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 사학과 학부생으로써 이러한 학회의 존재의의는 담론 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탐구하는 학문이기에 현재나 미래에 끼칠 영향을 가시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한 담론 형성을 하는 것은 당장 그 효과가 지금은 나타나지는 않을 지라도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