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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논문을 말한다] 근대도시 경성에서의 토지가격 결정 요인:동부지역을 중심으로_유슬기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05.31 BoardLang.text_hits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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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4년 5월(통권 51호)

[나의 논문을 말한다] 

 

근대도시 경성에서의 토지가격 결정 요인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학위논문(2022.08)
 
 
 

 

유슬기(근대사분과)

 
 
 

#프롤로그

 
필자는 역사학 전공으로 학사 졸업한 뒤, 도시계획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 글에서 다룰 박사학위논문은 사회과학 분야의 졸업논문으로 일제강점기 경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글의 전개방식과 방법론이 기존의 역사학 논문과 다른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논문이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소개될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 역사학 연구 사례로 인용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디지털 역사학 후속 연구를 위해 상세한 논문 내용 소개보다 연구를 설계한 과정과 디지털 기술 및 계산과학과 사료를 접목함에 따른 역사학적 의의에 주목하여 다루고자 한다. 
 
 

1. 주제 선정 배경

 
도시는 자연적 또는 물리적인 환경이 도시민에게 영향을 주거나 또는 그 반대의 상황이 반복되는 역사적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도시의 매력을 탐구하고자 역사학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진학하였다. 석사과정 중 연구실 프로젝트로 참여한 기농 정세권 선생 연구와 석사논문 준비 과정에서 발견한 신분제 폐지 이후 성균관 반인들의 학교 설립은 100여 년 전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들의 삶이 담긴 도시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과거 도시공간을 좀 더 미시적으로 관찰하고, 공간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구자가 되고 싶었다.
 
때는 2018년, 나는 박사과정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고, 신혼집 고민으로 매일 경제신문을 읽으며 부동산 어플을 드나들고 있었다. 마침 이 시기는 굵직한 부동산 정책들이 제기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의 조짐이 보이던 때였다. 나의 루틴은 연구 질문으로 이어졌다. ‘100년 전, 경성에서는 무슨 요인이 지가에 영향을 주었을까?’ 100년 전의 기사와 잡지에서는 근대도시로 변화하던 경성 상업공간의 토지가격 상승, 일본인들의 북진과 그에 따른 북촌 일대 토지가격 상승 등 도시개발에 따른 지가 상승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되었고, 이는 지금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당대인들은 토지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토지에 대한 관념을 현재와 비교할 수 있을까? 등등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토지가격, 토지시장 주제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도시공간에서 엿볼 수 있는 수단으로서 미시적인 단위에서 도시와 도시민을 연구할 수 있는 적합한 주제였다.
 
 

2. 연구 자료 구축 및 설계

 
궁금한 점은 정말 많았지만, 과연 당시 토지가격 데이터로 가격 결정 요인을 분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해외에서는 19-20세기 토지가격 자료로 축적한 연구 성과가 상당했지만, 한국은 토지조사사업 이후에서야 비로소 지금의 공시지가와 같은 토지가격이 책정된 것이기에 이 자료가 연구 자료로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더욱이 선행연구들은 토지조사사업 이후 갖추어진 토지제도의 근대화 과정에 집중했기에 그 이후의 상황 즉, 제도 확립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져 어떠한 결과로 도시공간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 미비했다. 이러한 이유로 비어있던 땅에서 근대도시로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경성 동부지역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해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를 시작하려면 경성 동부지역 디지털 자료가 필요했다. 도시계획학 과정생은 GIS 아니면 통계 소프트웨어를 하나쯤 다룰 수 있었는데, 나는 학부 때 접한 GIS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GIS를 활용하려면, GIS 상에서 조작할 수 있는 공간데이터와 각각의 공간데이터에 해당하는 속성데이터를 입력한 GIS 데이터가 필요하다. 속성데이터는 필지별 지가를 포함한 각종 토지정보가 기입된 1927년 발행된 “경성부관내지적목록”이 존재하므로, 이것과 결합할 필지 단위의 공간데이터가 필요했다. 경성 전체에 대해 필지 경계선과 각 필지별 지번이 기입된 1:1,200 축척의 1929년 “지형명세도”를 면(polygon) 단위의 공간데이터로 제작했다. 턱없이 부족한 GIS 데이터를 생산하느라 먹고 자는 시간 빼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그림 1] 최종 구축한 경성 동부지역 GIS 데이터
 
 
이제 만들어 둔 GIS 데이터를 이용할 때다. 이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지역 연구이다. 지역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파악한 주요 시설들 –병원, 학교, 도로, 전차정거장을 GIS 상에서 각각의 레이어로 생성해 중첩하였다. 그리고 GIS 기능을 이용해 각 필지별 중심점과 전차정거장과의 거리, 학교와의 거리, 병원과의 거리, 메인도로와의 거리 등등 수치 데이터를 추출하였다. 이는 GIS 기반으로 사료의 공간정보를 표현하면 추가 획득이 가능한 것으로, 이것을 통계분석에 필요한 독립변수로 활용했다. 이것과 더불어 “지적목록” 상에서 확인 가능한 토지정보들도 독립변수로 추가해 헤도닉 모델(Hedonic Model)에 근거한 회귀분석을 진행했다.  
 
 

3. 분석 결과 및 의의

 
이 논문은 경성 토지가격 데이터로 연구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두었으므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찾는 가장 기본적인 모델과 회귀식으로 진행하였다. 이것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여 사용 데이터의 유효함과 분석 가능성을 확인함에 의의가 있지만, 학위 졸업 이후 더욱 정교한 분석과 해석을 위해 또 다른 모델에 근거한 후속연구들을 진행했다. 회귀분석 결과에서는 상당히 많은 변수들이 토지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모델링으로 재설계하여 분석한 결과, 도성 내 가로세로 도로축의 역할을 하는 메인도로와 제국대학과 총독부병원 같은 지역 내 주요한 시설이 토지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반면, 사고 위험이 큰 전차정거장은 토지가격 하락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논문은 기존의 연구들과 차별되는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는 GIS를 활용했다는 점, 둘째는 통계분석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GIS 활용은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개념으로 접근한 것과 동일하다. GIS 기반으로 사료를 재구성해 추가 정보도 얻고 조작/가공/추출/결합 등 여러 방법으로 데이터를 탐색하며 주변 환경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토지정보를 고찰할 수 있었다. 통계분석은 다중공선성(입력한 변수들 간의 상관성)을 고려해 종속변수에 미치는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증적인 결과 도출에 유용했다. 쉽게 말해, 서로 연관된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적 사실 또는 결과에 대하여, 문헌연구는 각 요인들 간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으나, 통계분석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 다만, 각각의 독립변수들이 종속변수에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다양한 사료를 통해서도 확인하며 정성적인 분석을 뒷받침하고 싶었으나, 사회과학 분야의 학위논문은 여기서 끝마쳐 아쉬움이 남는다.
 
 

4. 향후 연구과제

 
“도시계획으로 갔으면 사회과학 논문을 써야지. 여전히 역사학에 머물러 있네.” 석사논문을 통과하고 심사위원이었던 학부 은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박사논문은 최대한 사회과학 방법론을 적용하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이다. 각 학문 분야의 특성상 서로 다른 한계점이 있다. 이것들을 하나씩 접목하며 단순히 역사 자료를 다루는 연구가 아니라, 학문 간 융합을 이루는 연구로 나아가고 싶다. 연구 대상 지역도 경성 전체로, 그리고 또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역사학에서 GIS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서술을 할 수 있을지 등등 연구 주제를 차근차근 확장하며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도시를 그려내고 싶다. 도시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얽혀 사는 공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