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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읽는 또 다른 방법,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1930년대 중후반 경성 음식점 맵핑_유슬기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4.12.02 BoardLang.text_hits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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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4년 11월(통권 57호)

[자유기고]
 

사료를 읽는 또 다른 방법,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

-1930년대 중후반 경성 음식점 맵핑-

 

유슬기(근대사분과)

 
 

 

○ 들어가며

 
이 글은 GIS 기반으로 사료를 읽는 또 다른 방법으로서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Exploratory Spatial Data Analysis, ESDA)를 소개하고자, 1930년대 중후반 경성 음식점을 사례로 하였다. 연구 질문에 대한 분석 결과보다는 방법론을 소개하는 글에 초점을 두었음을 미리 밝힌다.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 삶의 공간, 근대적 문화를 음식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근대사회로 변화해가면서 이전 시기와는 분명 다른 시대상이 전개되었다. 임금노동 형태는 자급자족하는 삶의 형태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였고, 집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 방문할 때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음식을 구입하여 섭취했다. 시장과 유원지, 박람회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먹거리 판매상이 늘 존재했다. 또한 사람들의 직업군이 다양해졌고, 여성들도 일을 하면서 식(食)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특히 1930년대는 근대적 대중문화와 소비문화가 등장 및 확산하면서 근대적 일상이 전개되던 시기였다. 그러한 일상이 스며든 공간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며 근대 도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외식 공간인 음식점은 근대도시를 상징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고, 음식점 분포는 근대 도시화 양상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 연구자료

1930년대 중후반의 경성 음식점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한 자료는 경성상공회의소에서 발행한 《경성상공명록》(京城商工名錄) 자료이다. 본 자료는 1933년부터 1940년까지의 발행자료에 대하여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온라인 열람을 제공되고 있다. 《경성상공명록》에는 부록에 식료품, 가정용품, 금융 등 영업 종류별 업체 정보를 나열하고 있다. 업체명과 영업주 이름 또는 명칭, 영업소 위치정보, 영업세액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도 경성부 영업세 납부 금액이 15원 이상인 경성상공회의소 회원들에 한하였다. 업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지만, 영업세 15원 이상 그리고 경성상공회의소 회원이라는 조건이 붙은 한정된 자료라는 한계가 있어, 양면적인 의미를 지닌 자료이기도 하다.
 
업체의 다양한 종류 중에서 요리 및 음식물 항목에 경성 음식점 업체가 기록되어 있다. 음식점 중에서도 판매 메뉴에 따라 조선/일본/서양요리집, 조선주점, 카페, 스시, 우동 등 세부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를 음식점 특징에 따라 임의적으로 재분류하여 음식점이 위치한 소재지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림 1] 《경성상공명록》 일부 예시
출처 : 경성상공회의소, 《경성상공명록》, 1940, 363·395쪽
 
 
[그림 1]은 《경성상공명록》에 기입된 업체 정보의 예시이다. 영업소의 위치정보가 지번까지 기록되어 있어 비교적 정확하게 지도 위 재현이 가능하다. 여기에 기록된 내용을 연구자의 목적에 따라 디지털 자료로 전환해야 한다. 맵핑(mapping)을 위해 지도 위 필지별 지번이 기입된 1936년 《대경성정도》(大京城精圖)를 활용하였다. GIS 상에서 지오래퍼런싱(georeferencing) 기능을 이용해 이미지 파일인 지도에 좌표값을 부여했다. 그리고 각 지번 위치에 해당하는 업체를 점(point)으로 공간데이터를 만들고, 각각의 점 데이터의 속성데이터로 《경성상공명록》에 명시된 업체 정보를 삽입했다. [그림 2]는 음식점 업체를 GIS 데이터로 만든 결과이다. 
 
1935년부터 1940년까지 음식점 수는 증가했다. 1935년 98개소, 1937년 132개소, 1938년 148개소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1940년 349개소로 급증하였다. 이는 음식점 분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다만 한 가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문은 왜 갑자기 급증하였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15원 이상의 영업세를 내는 업체가 갑자기 증가한 것인지, 경성상공회의소 회원 수 자체가 증가한 것인지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림 2] 연도별 음식점 분포 변화 (첫번째: 1935년, 두번째: 1937년, 세번째: 1938년, 네번째: 1940년)
비고 : QGIS 3.28버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현재 지도인 VWORLD Street 지도를 맨 아래에, 그 위에 1936년 대경성정도를 중첩하여 그 위에 음식점을 맵핑하였다.
 
 

○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은 공간데이터를 여러 가지 분석 방법으로 공간데이터의 분포나 추세, 관계 등을 살펴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통계학에서 탐색적 데이터 분석(EDA)이 이루어지는 것에서 공간데이터로 나아간 것으로, 통계학자인 Tukey에 의해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철학으로서 정립된 것이다. 대부분 연구들은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 과정으로서 공간통계를 적용해 군집 분포와 추세를 확인하고 이례적인 지역을 선별한다. 그러나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반드시 공간통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은 디지털인문학에서 말하는 “멀리서 읽기(Distance Reading)”의 일환으로, 지도 위에 시각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 가공, 선별하는 등 데이터를 탐색하는 그 과정 자체이다.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는 주변 환경과 그리고 그 환경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장소적 특징을 만들어낸다. 《경성상공명록》 음식점 위치정보를 통해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치는 것 또한 같은 이유이다. [그림 2]와 같이 GIS 데이터를 생성하였다면, 이제 이 데이터를 탐색할 시간이다. 사료를 단순히 표로 정리하여 설명하는 것보다 위치정보를 활용해 지도 위에 시각화함으로써 주변 환경과의 상호 맥락 속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발견할 수 있다.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은 예기치 못한 인사이트(insight)를 발견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다.
 
 

○ GIS 기반 기초적 자료 분석

 
가장 기초적인 자료 분석은 첫째, 연도별 음식점 분포 비교이다. [그림 2]가 그것이다. 각 연도별 음식점 분포도를 통해 어느 때에 어느 지역 및 위치에서 추가 발생하였고, 어느 지역 또는 어느 방향으로 분포가 확산되었는지 등등 시계열 비교가 가능하다.

[그림 2]를 확인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음식점 분포가 확산된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1937년에는 한강 이남지역인 영등포와 흑석정(黑石町) 새로 음식점이 등장하였고, 1938년과 1940년에도 여전히 존재하면서 그 수가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 1940년으로 갈수록 종로에서 청량리로 향하는 길을 따라 음식점이 확산되었음을 확인하였고, 1940년 분포에서 구(舊)용산 지역과 경성역 부근의 음식점 수가 증가했으며, 북촌 지역에서도 세로축 도로를 따라 즉, 의주로와 경복궁 옆, 삼청동길 쪽으로 음식점 분포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경성상공명록》에서 명시된 음식점 정보 즉, 음식점 유형에 따라, 음식점 매출액에 따라, 영업주가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분하여 시각화한 후 확인하는 분포이다. 1940년 음식점 데이터를 이용해 이 과정을 수행한 것이 아래의 [그림 3]이다. 이는 사료에 주어진 업체 정보를 단순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몇 백 건의 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갖는다.
 
 
 
 
[그림 3] 음식점 정보에 따른 1940년 음식점 분포 (상: 유형별, 중: 영업세액별, 하: 민족별)
비고 : 유형별 음식점 분포에서 A유형은 조선/일본/중국/서양요리집, B유형은 카페/바/다방, C유형은 조선주점/스시/덴뿌라/우동 등의 식당으로 구분하였다. ArcGIS Pro 3.1.0 버전을 이용해 Esri에서 제공하는 지형도를 바탕지도로 하여 그 위에 음식점 데이터를 중첩하였다. 

 
 
1940년 음식점은 경성부 내에 고르게 퍼져있는데, 비교적 C유형의 일반적인 식당이 넓게 분산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영업세액별 분포에서도 영업세를 적게 부과한 음식점들의 분포가 경성 전반에 걸쳐 있었다. 즉, 1940년 음식점은 식사에 목적을 둔 일반적인 식당이 경성 곳곳에 입점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는 곧 상업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제한된 외식문화가 아닌, 일상과 보다 가까운 곳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외식의 개념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민족별 음식점으로 구분하여도 청계천 북쪽과 외곽 부근에서 조선인 음식점이 다수를 이루고 청계천 남쪽에 일본인 음식점이 대거 포진해 있어 보이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서로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사용한다 할 수 없고, 북촌에서도 일본인이, 남촌에서도 조선인이 음식점을 영업하며 일정 수준의 공간적 혼재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각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연구 주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구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데이터를 더 세분화하여 탐색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연구자가 알고 있는 공간분석 방법론을 적용하거나,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위치적 특징을 발견하거나, 특정 지역이 지닌 장소성에 기반하여 해석하는 등 분석 과정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의 강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공간데이터를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왜?”라는 계속된 질문과 함께 다양한 연구 가능성을 체크할 수 있다. 사료에서 확인되는 위치정보에 따라 GIS를 활용한다면, 이러한 탐색 과정을 거치면서 사료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림 4] 1935년과 1940년 음식점 밀도 비교
 
 
하나의 예시로, 1935년과 1940년 음식점 밀도를 비교하였다. 1935년과 1940년의 음식점 수는 2배 이상 차이가 있지만, 분포를 통해 본 밀도는 1935년보다 1940년에 공간적으로 더욱 응집된 모습을 보인다. 즉, 맵핑 결과로만 보면, 1940년 음식점이 경성 전역에 확산되어 보이지만, 음식점 상권의 중심성이 현재의 명동 일대와 종로1-2가 부근으로 집중된 양상이다. 당시 명치정(明治町)과 종로통(鐘路通)이 상업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확고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자세한 분석을 위해서는 상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부근으로 자리하고 있는 각종 시설들과 공간적 변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마무리하며

 
필자는 현재 학부과정에서 도시사와 디지털역사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고 GIS를 다루는 강의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은 기존의 텍스트 또는 표로 구성된 사료와 달리, 지도 위에 표현된 시각 정보를 통해 효과적인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GIS에 관심을 갖는 듯 하다. 더욱 다양한 자료를 학생들에게 소개함으로써 GIS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GIS의 활용 가능성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틈틈이 수업용 자료를 만든다. 이 음식점 GIS 데이터 또한 그중 하나이다. 아직 구체적인 연구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수준이지만, 이번 연재를 기회로, GIS 방법론을 소개함으로써 역사학에서의 GIS 활용 가능성을 더욱 고취하고, 개인적으로는 이 자료를 통해 무엇을 연구할 수 있을지 자료 해석 가능성을 상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다. 탐색적 공간데이터 분석 과정은 디지털 시대에 사료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