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시간을 ‘역사’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대학 진학 후 진로의 결정에 있어서 역사학자의 길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내 몫이었다. 역사를 업으로 갖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게 된 후 먼저 연구자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의 생생한 후기를 알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한국 역사 연구회의 한국사 교실을 알게 되었다.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아 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중에서도 한국사에 제일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한 것이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한국사연구회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는 마냥 신기했다. 목차를 살펴봤을 때부터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사의 어느 특정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강의였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시대는 고려시대이다. 그러나 고려시대‘만’을 공부한다면 결코 좋은 학자가 될 수 없고 다른 시대 또한 공부해야 함을 느끼고 있었다. 예컨대 고려를 알고 공부하기 위해선 신라 말과 조선 초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강의들이 모두 빠짐없이 유용했다.
아직 학부생인 나는 강의를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고 채워야 하는 학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부 수업만으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설령 수업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역사 지식을 알려주는 데에 일차적인 목표가 있기에 현 학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오롯이 스스로 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강의들을 통해 어느 분야에서는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이고, 어느 방법론이 쓰이는 지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에 와서 주목 받는 다양한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고 참고할 수 있었다. 또한 마지막 날에 역사 논문 작성법에 대한 강의도 들었는데 이 강의를 미리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학사 논문부터 써야 하는 나이지만 앞으로 써야 할 많은 논문들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었다. 즉 이번 강의들은 전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강의라서 좋았고 강의 중에 들린 모든 문장들이 언젠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여 귓속에 소중히 담았다. 강사 선생님들 한 분, 한 분 모두 진심으로 강의하고 계심이 느껴졌고 당신들이 직접 겪고 느낀 많은 바를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듯했다. 이제 그 강의 내용을 자양분 삼아서 역사학계로 뻗어 나가는 새싹이 돋아났다.
이번 강의에서 또 하나 느낀 것은 ‘소통’의 중요성이다. 현재 나의 상황에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학교의 다양한 선생님들을 뵈었다. 석, 박사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먼저 나아간 분들이었기에 더 다양한 조언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하는 분야가 겹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서로 물어보고 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연구자 개인의 시각이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하루 빨리 연구자의 길을 나아가서 그들과 더 자세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진로를 선택하였기에 이른바 학계의 작은 ‘미리보기’를 보았다고 느껴서 한 순간을 소중히 담았던 것 같다.
전술했다시피 나는 역사학자를 꿈꿔왔고 이제는 구체적으로 그 세계에 발을 내딛는 중이다. 대학원이라는 길을 가기를 결심하면서도 발걸음을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금전적인 부분, 건강 등을 고려하면 ‘사학과’ ‘대학원’은 아무나 결심하기 쉽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기왕 결심했기 때문에 끝을 보고 싶어졌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발끈을 꽉 조여 매고자 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 교실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응원을 얻었다. ‘역사’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사람들의 눈은 무엇보다 빛나고 그들의 열정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학부 4학년 2학기, 본격적으로 나의 위치가 바뀌기 직전인 바로 이 시기에 한 최고의 선택 중 하나로 기억될 것만 같다. 혹여 아직 사학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고민하는 학우가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배움의 장, 소통의 장이 된 한국사 교실에서 사학과 대학생, 미래의 사학 연구자로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