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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실 참관기] 초보 연구자의 첫 밑그림을 그리다_박은서

작성자 한국역사연구회 BoardLang.text_date 2025.04.01 BoardLang.text_hit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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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역사랑' 2025년 3월(통권 61호)

[한국사교실 참관기] 
 
 

초보 연구자의 첫 밑그림을 그리다

 


박은서(서울시립대)

 
 
 
 
 2024년 학부 마지막 해를 보내며 학·석사 연계 과정을 신청하고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였다. 고대사를 전공하겠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시기,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 확신하지 못한 채 겨울방학을 맞이하였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 여간 막막한 게 아니었다. 부족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고 학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국역사연구회의 ‘2025년 제14회 예비-초보 전문가를 위한 한국사 교실(이하 한국사 교실)’을 알게 되었고, 연구 주제 선정과 연구 방법론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학계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선생님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사 교실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고대사, 조선시대사, 근대사를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이 강의를 해주셨고, 이튿날에는 고려시대사, 현대사를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의 강의와 더불어 역사학 논문을 쓰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각 시대 분과별로 현재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해 주셨다. 연구하겠다고 결심한 분과뿐만 아니라 여러 시대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학원에 진학해 고대사를 전공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특히 고대사 강의에 집중했다. 첫날 진행된 고대사 강의에서는 <한국 고대사 연구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임동민 선생님께서 강의를 해주셨다. 고대사의 범위를 정의하는 과정조차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다양한 변화가 있었음을 설명해 주셨다. 또한,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문헌 사료에 대해 각 사료의 편찬 주체 및 편찬 시기를 설명하며, 해당 사료를 볼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무엇보다 사료 비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고대사의 경우 금석문의 한문 판독부터 시작해, 한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료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에 전승 과정에서 오류가 없는지, 여러 판본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학부생 시절, 사료 강독을 통해 원문을 해석하려 시도해 보았지만, 여러 판본을 비교하기보다는 데이터베이스화된 한문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데 급급했던 경험이 떠올라, 앞으로는 보다 신중하게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이어진 고대사 연구의 동향 강의에서는 내가 현재 고민하는 연구 주제 선정에 대한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었다. '민족', '발전', '실증'이라는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대사 연구의 형태와 한계, 그리고 최근 연구 흐름의 변화를 설명해 주었다. 연구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고 학문적 성과를 축적하면서도, 연구 내용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고고 자료를 활용한 연구 방법론을 숙지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근거로 삼는 것이 고대사 연구의 주요 경향임을 알려주었다. 이 강의를 통해 앞으로 연구자로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고대사 분과 외에도 다른 시대 분과의 강의들이 모두 유익했다. 대학원에서는 고대사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대와 연구 방법론을 익혀야 하므로, 각 시대의 연구 자료 소재와 활용 방법에 대한 설명이 특히 유용했다. 도주경 선생님은 조선시대의 시대 구분과 연구 동향을 설명하며 정치사, 제도사, 경제사, 사회사 등 분야별 쟁점을 정리해 주셨다. 또한, 자료 및 연구사 정리 방법을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해 주어 연구를 시작하는 초보 연구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정경민 선생님은 근대사 연구의 자료 수집 방법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독립기념관 근무 경험을 토대로 실제 자료 수집 과정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들려주셨다. 특히 각 시기 별로 연구자로서 해야 할 과제들을 순차적으로 소개해주셔서 이를 바탕으로 각 시기마다 내가 잘 해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생긴 기분이었다.
 
 이튿날은 황향주 선생님의 강의로 시작했다. 선생님은 고려시대 관련 데이터베이스 활용 방법을 상세히 소개해주셨다. 각 자료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사이트를 추천하면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가 당대의 직접적인 기록이 아니므로 묘지명과 같은 동시대 사료와 철저히 대조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어서 '중세와 봉건', '귀족제설과 관료제설', '사회구조'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려시대사 연구의 주요 쟁점을 깊이 있게 설명해주셨다. 특히 '귀족' 개념을 고대 로마와 중세 유럽의 정의와 한국의 정의를 비교하며, '일반 귀족제'의 학문적 타당성을 논의하신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를 통해 학술 연구에서 용어 선택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정대훈 선생님은 <한국 현대사 연구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 현대사 연구의 특징과 흐름을 설명하며, 현대사 연구자들이 마주한 학술적 도전과제들을 소개해주셨다. 가장 근접한 시대를 다루는 만큼 연구 역사는 짧지만, 세부 분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인접 학문 간 융합을 강조하는 통섭적 연구의 중요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류기현 선생님께서 <역사학 논문쓰기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논문 쓰기’에 대해 강의해 주셨다. 역사학 논문은 ‘문제의식’과 ‘사료’라는 두 핵심 축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해야 하며, 연구 대상과 자료를 단순히 제시·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통해 문제의식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이는 학부 시절 연구사를 정리하고 나열하는 데 집중했던 기말 리포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또한, 일상적으로 실천하면 좋을 여러 조언을 해주셔서 논문 작성 과정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될 강의였다.
 
 강의 외에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초보 연구자들을 만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식사 시간 등을 활용하여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다양한 해결 방안을 공유하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다. 나와 다른 학습 환경에서 공부한 여러 선생님을 만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여러 강독에 참여해 선생님들의 견해를 듣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강의를 들으며 모든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시행착오를 먼저 겪으신 선생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끊임없이 스케치를 지우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듯이, 이번 한국사 교실에서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좋은 연구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